창의적 아이디어 내는 조직 만들기
전통 비판 ‘불순응’문화 만들고 많이 써내게하면 히트작 나와
리더부터 비판받는 모습 보여야
2014년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과 상륙함 등 대형 함정 몇 척에 3차원(3D) 프린터를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원재료에 열을 가해서 입체적인 물건을 간편하게 찍어낼 수 있는 장비다. 간단한 함정 수리용 부품뿐 아니라 드론(무인비행기) 같은 전투 장비까지 만들고 있다.
설계도는 군통신망으로 실시간 내려받는다. 핵심 전자부품만 갖고 있으면 플라스틱 재질의 기체는 몇 시간 안에 배 위에서 용도에 맞게 생산할 수 있다.
군대는 원래 보수적인 조직이다.
미 해군이 이렇게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2013년 창설된 CRIC(Chief of Naval Operations Rapid Innovation Cell)라는 연구조직의 힘이 크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이 사례를 분석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16년 3월호에 실린 그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 소수의 천재에게 의존하지 마라
CRIC를 만든 벤 콜먼 소령은 처음엔 창의적이고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병사들을 모아 별동대 같은 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고독한 늑대 몇 명만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콜먼은 고위 장교들을 설득해서 다수의 일반 병사를 CRIC로 초대했다. 이들을 구글, 로키마운틴연구소 등 군대 밖의 민간 혁신 조직에 보내 새로운 사고법을 경험하게 했다. 매월 목록을 짜서 혁신에 관한 책을 읽혔고 토론회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논의하게 했다. 결국 이 일반 병사들이 3D 프린터 사용이나 정찰용 로봇 물고기 같은 혁신안을 냈다. CRIC 같은 혁신 조직들이 미군 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사례는 관행에 순응하도록 강요받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원 누구라도 과거의 전통을 비판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불순응’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화살을 많이 쏴야 과녁에 더 많이 꽂힌다
흔히 아이디어의 양과 질은 반비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에서는 양이 곧 질이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가 2006년 발표한 히트작 ‘카’는 약 500개의 기획안에서 선정됐다.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안경회사 와비파커도 직원들에게 매주 의무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써내게 한다. 분기당 400여 개의 아이디어가 쌓이고, 상당수가 사업에 적용된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받기 위해서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과 5분씩이라도 면담하는 것도 괜찮다. 그보다 쉬운 것은 건의함 설치다. 오래됐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단, 아이디어의 옥석을 가리는 일은 상사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서커스단에서 단원이 새로 개발한 묘기가 실제로 공연에서 얼마나 인기 있을지 평가해 보면, 관리자가 예측할 때보다 동료들끼리 예측할 때 두 배나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 리더가 먼저 망가져라
사람은 누구나 비판당하는 걸 두려워한다. 아이디어를 냈다가 망신당할까 봐 주저한다. 이럴 때는 리더가 먼저 무모한 아이디어를 내고 남들에게 비판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비판한 사람이나 비판당한 사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그제야 직원들도 거친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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