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35년스타 마돈나처럼… 브랜드도 진화해야 장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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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도브-마돈나 통해 본 유연한 브랜드 전략

1879년부터 생산된 P&G의 아이보리는 한때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비누였다. P&G는 아이보리를 순한 향과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순수한 비누로 차별화했다. 물에 비누가 뜬다는 점과 ‘99.44% 순도’라는 광고 슬로건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아이보리의 순수함을 강조했다. 아이보리는 긴 역사 동안 제품 성분과 포지셔닝이 바뀌지 않은 일관적인 브랜딩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아이보리의 미국 비누시장 점유율은 1963년 무려 60%에 달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4년 3.4%로 추락했다. 매출액도 미미하다. 아이보리는 왜 쇠퇴했을까. 아이보리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유니레버의 도브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보리보다 훨씬 늦은 1955년에 출시된 도브는 아이보리와 같은 흰색 비누로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최초 출시 후 40년간 도브 역시 아이보리와 마찬가지로 비누 브랜드로만 활용됐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이후 도브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예를 들어 보디워시, 클렌저, 샴푸, 화장용 물티슈, 보디로션 등에 도브라는 브랜드를 활용했다. 이제 도브는 단순히 비누 브랜드가 아니라 개인 미용용품 브랜드로 거듭났고 2014년 연 매출액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내 비누 시장 점유율도 24%로, 아이보리(3.4%)를 압도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성패를 가른 요인을 분석하며 유연한 브랜딩 전략을 제시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6호(3월 1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브랜드 일관성 vs 브랜드 유연성

많은 기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로고, 제품 디자인, 광고,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 예로 LG전자는 100쪽이 넘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 세계 LG전자 제품 판매장과 서비스센터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전적 브랜딩 전략의 기본은 일관성이었다.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브랜드는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이나 상징에 노출됐을 때 자동으로 특정 혜택을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브랜드에 일관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 진입 초기에 디자인이나 로고, 특징 등을 자주 바꿀 경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관성 있는 브랜딩 전략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의 노화는 시장 점유율의 하락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쇠퇴로까지 이어진다. 일관성을 강조한 고전적 전략에서 탈피해 ‘유연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브랜드는 하나의 생물처럼 진화하고 변화해야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 생활 방식, 경쟁자가 변하기 때문에 브랜드 또한 진화를 거듭하지 않으면 아이보리처럼 도태되기 마련이다.

○ 유연한 브랜딩 전략

삼성, 현대, LG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했다. 여러 사업 분야에 진출한 삼성, 현대 브랜드 역시 유연한 브랜드 전략을 취해온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브랜드 확장 전략은 인지도와 대형 기업 진단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확장이지 유연한 브랜드 전략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예로 든 도브의 확장 전략과는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도브의 경우 ‘보습’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로 계속 활용했다. 반면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하나의 통일된 핵심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 가치인 신뢰나 인지도만 전달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다른 가격대에 판매하기 때문에 삼성, 현대, LG와 같은 브랜드는 통일된 하나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어렵다. 그래서 삼성, 현대, LG는 갤럭시(삼성전자), 휘센(LG전자), 트롬(LG전자) 같은 하위 브랜드를 키우거나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이상 현대자동차) 같은 제품 브랜드에 개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하위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 같은 전략은 모기업 브랜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삼성, 현대, LG 브랜드에 남은 것은 높은 인지도와 신뢰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뿐이고, 브랜드만의 고유한 개성이나 가치는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외견상 여러 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유연한 브랜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지도와 신뢰만 남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지도와 신뢰는 기업 간 거래(B2B)에서는 좋은 무기이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의 시장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 변신의 귀재 마돈나

올해로 데뷔 35년을 맞은 마돈나는 5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최고의 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돈나는 최신 앨범 ‘리벨 하트(Rebel Heart)’를 홍보하기 위해 2015년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1981년 데뷔 당시만 해도 흔한 댄스가수 중 한 명이었던 마돈나가 오랜 세월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적절한 시기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돈나는 디스코 시대의 끝 무렵인 1980년대 초에 댄스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수십 개의 고무팔찌와 머리띠, 짧은 치마와 레깅스를 겹쳐 입은 마돈나의 패션은 1980년대 젊은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마돈나의 변신은 1986년 내놓은 세 번째 앨범 ‘트루 블루(True Blue)’에서 시작됐다. 이전 댄스음악과는 다른 진지한 사운드와 가사의 음악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어 1998년엔 음악의 톤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장르의 앨범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마디로 마돈나는 데뷔 초기부터 갖고 있던 도발적인 성적 매력을 자신의 핵심 가치로 유지하면서도 여러 음악적 장르를 섭렵하며 변화를 추구했다. 오늘날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브랜드 일관성 추구만으로는 변화하는 소비자와 새로운 경쟁자 틈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 현대의 브랜드는 일관성 못지않게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일관성과 유연성의 조화야말로 장수 브랜드의 필수 조건이다.

남명우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mwnam@skku.edu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도브#마돈나#브랜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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