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위기의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희망의 빛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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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경영난에 처해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에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기자에게 들려온 업계의 전망은 부정적 일색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선주들의 ‘눈치 보기’. 배를 가진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협상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다른 선주들이 용선료를 인하해 준다고 하면 나도 그때 인하해 주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들 용선료를 인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참여할 수는 있지만 먼저 나설 수는 없다는 것.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형 선사인 대한해운과 팬오션도 결국 선주들의 이런 태도에 막혀 용선료 인하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선주들로부터도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현대상선 협상단이 현재 유럽과 일본 등지의 선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용선료 협상을 한 차례 진행한 상태인데, 이들 선주들로부터 이달 중 한 차례 더 만나자는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용선료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협상단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왜 분위기가 바뀌었을까. 이유는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로 업계에서는 대한해운과 팬오션 사태 때의 ‘학습효과’를 든다. 당시 용선료를 깎지 못해 두 회사가 결국 법정관리를 받게 되자, 법원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채무를 탕감했다. 출자전환 등의 형태를 띠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주들이 강제적으로 용선료를 받지 못하게 된 것. 한국 법원의 무서움을 알게 된 선주들이 이번에는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를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최악의 업황이다. 해운업계의 최악의 업황이 이 사태를 불러온 이유이긴 하지만 용선료 협상에 있어서는 현대상선에 오히려 유리하다. 최악의 경우 현대상선에 용선료를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배를 다른 곳에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을 수 있다면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해운업계는 운임이 역대 최저로 떨어져 배를 빌리겠다는 해운사를 찾기 힘든 상황. 배를 그냥 세워두더라도 관리비 등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차라리 용선료가 낮아지더라도 현대상선이 계속 운영하게 두는 것이 나은 선택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 공고를 통해 용선료 협상 시한을 이달 31일로 못 박은 상황이다. 이 기간 안에 협상이 안 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때까지 남은 기간은 보름 남짓. 현대상선에는 ‘운명의 보름’이 될 듯하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현대상선#용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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