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40년 ‘전통’에 클래식한 ‘모던’ 더해 혁신의 나래 펼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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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장수 브랜드 ‘삼익가구’가 낡은 이미지를 벗고 맷집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1978년 탄생한 삼익가구는 38년간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고품격 클래식 가구의 전통을 지켜왔다. 이 회사는 최근 대대적인 BI(브랜드 아이덴티티) 개편으로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지금까지 무게감 있는 클래식을 주로 생산했으나, 최근 모던가구 회사로 탈바꿈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핵심사업 부문에 ‘젊은 피’를 전진 배치하며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대교체에 나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정 속의 혁신’을 노린 것이다. 이방희 대표이사에게 삼익가구의 경영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견고한 가구 대명사… 맷집 강한 기업


삼익가구는 소비자에게 낯익은 브랜드다. 과거 견고한 가구의 대명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40대 이상이라면 ‘하바드’라는 이름의 가구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70, 80년대 주니어 가구시장을 평정한 바로 그 브랜드다.
모던스타일의침실세트 ‘블레스’.
모던스타일의
침실세트 ‘블레스’.


인천 남구 도화동에 위치한 삼익가구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삼익가구와 이 대표의 인연은 거성그룹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공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대표는 1980년대 초 거성그룹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구업계에 발을 디뎠다.

거성그룹은 삼익가구를 비롯해 원목 수입회사인 거성산업, 중밀도섬유판(MDF) 제조업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거성산업과 동인보드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외환위기 이후 대리점 대표들의 요청으로 삼익가구 브랜드를 인수한 뒤 ‘삼익TDF’로 재창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회사 인수 후에는 외부적으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으면서 삼익가구의 인지도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익가구 브랜드 파워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가구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다. ‘좋은 제품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침실과 거실가구, 소파, 주방가구, 주니어용 가구 분야로 눈을 돌리면 삼익가구의 친밀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익가구는 철저하게 ‘조직 슬림화’를 추구한다. 본사는 디자인과 마케팅, 대리점 관리에만 치중하고 가구 제조는 자체 생산과 외부 협력사 아웃소싱을 적절히 섞어 하고 있다. 국내에 두 곳의 생산 공장(포천 김포)과 한 곳의 물류센터(화성)를 두고 있으며, 중국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업무 효율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에서 가구를 만들고,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만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대적 BI 개편… 실적 개선과 매출 상승세

삼익가구의 새로운익스테리어.
삼익가구의 새로운
익스테리어.

최근 2∼3년간 토종 가구업계는 홍역을 치렀다. 글로벌 가구공룡의 한국시장 진출로 대부분 가구업체의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고, 전반적인 고사 우려가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삼익가구는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전통’과 ‘모던’을 결합한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맷 다변화를 꾀하고, 타깃 고객에 집중한 마케팅과 유통망 확충 등 불황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된 경기침체로 부진하던 삼익가구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도 1, 2월 두 달 동안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0%나 증가했다.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온라인 매출도 매달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익가구는 최근 2세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BI 개편 및 전국적인 대리점 익스테리어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젊은 감각을 내세워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우뚝 설 예정이다. 브랜드 로고부터 간판, 가구와 색상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기업 체질 및 디자인 부문에서 대대적인 변경이 이뤄졌다. 새롭게 제작된 브랜드 로고는 모던과 클래식의 경계에서 전통성에 가깝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가미해 디자인됐다. 기존 4가지 컬러 배합에서 품위(Dignity)와 정통성(Royalty)을 나타내는 2가지 컬러로 단순화했다. 금번 개편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탈바꿈해 전 연령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삼익가구는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가지고 익스테리어 개선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 옵션의 매뉴얼화, 매장 인테리어 변경 등 내부적으로도 인테리어 개선 작업을 진행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USB충전기와 블루투스 스피커, 램프 등을 탑재한 ‘전자가구’를 출시해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젊은 피’ 전진 배치… 2세 경영으로 재도약

이방희 대표.
이방희 대표.


변화의 중심에는 이 대표의 아들인 이재우 이사(42)가 있다. 이 이사는 성균관대 수학과(경영학과 복수전공)를 나온 재원. 동양증권과 CJ증권, 하이투자증권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12년간 근무하다 가업을 잇기 위해 삼익가구에 합류했다.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2년간 경영수업을 받고 귀국했다. 어려운 시기에 변화의 키를 맡은 그는 회사를 재도약의 길로 이끌고 있다. 이 이사는 회사가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선데 대해 “임직원과 대리점, 협력업체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앞으로도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사도록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삼익가구는 전국에 판매 대리점 1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이 이사는 신규 유통망을 확대·재정비해 공백 상권을 없앤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고 새로운 사업도 추진하면서 그는 올해를 심기일전의 해로 기대하고 있다.

과감한 변화 및 젊은 가구회사를 추구하면서 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익가구는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의 40%가 교체됐다. 인테리어 부문과 OA가구 부문을 신설 재정비하여 평균 나이 37세의 젊은 조직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젊은 인재, 좋은 인력을 미리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다.

가구업계에선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도 중요하지만 잠재된 수요를 발굴하는 마케팅도 중요하다. 삼익가구는 조직이 젊어진 만큼 젊은 취향의 새로운 가구를 출시하며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2달에 한 번씩 열리는 가구 파격할인 행사 ‘핫 딜’이 대표적이다. ‘품격 있는 아름다운 생활공간 창조’라는 기업철학을 담아 정성껏 만든 인기 가구들을 홈페이지(www.samickgagu.com)에서 정가 대비 45%∼56% 할인된 가격에 한정 판매한다.

삼익가구는 또 ‘오픈 가격’ 제도를 도입해 국내 가구시장의 건강한 유통질서 확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흥정하는 수고를 원치 않는 소비자와 대리점의 니즈를 꿰뚫어 투명한 거래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다.
생산공장 내부 모습.
생산공장 내부 모습.


이방희 대표는 말한다. “삼익가구는 디자인과 색상, 기능은 물론이고 가격까지 모든 요소에 고객만족의 제품철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은 수입 가구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입니다. 국적 불명의 수준 이하 제품에 맞서 고품질 명품 가구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며 신뢰를 쌓아 나갈 겁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기업&ceo#삼익가구#이방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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