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에 美-유럽 주가 하락… 도쿄증시 개장초부터 맥 못춰
돈 몰려든 엔화가치 치솟고… 日 10년국고채금리 첫 마이너스
글로벌 경제의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설 연휴 기간에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투자심리가 불안해짐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9일 일본 주식시장은 5% 이상 폭락했다. 특히 국제유가의 하락이 각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워 일본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가 증시도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고 채권 값은 치솟았다. 이 같은 해외 시장의 움직임은 11일 개장할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5.40% 하락한 16,085.44엔에 장을 마쳤다. 8일(현지 시간) 미국(―1.10%)과 독일(―3.30%) 영국(―2.71%) 등 주요 증시가 하락한 여파에 일본 증시는 개장 초부터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려든 것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0.01%로 하락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채권을 만기 때까지 보유해도 손실이 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채권을 사들인 것은 시장에 위험 회피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4엔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1%로 낮추며 엔화 약세(환율 상승)를 유도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정책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성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엔화 강세에 따라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기 둔화가 심각해진다고 판단되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폭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 증시도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럽 증시에서는 ‘은행 위기’ 우려가 불거지며 독일 코메르츠방크, 도이치은행이 각각 9.5% 하락하는 등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가 지연되자 그리스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의 전반적인 손실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게 직격탄이 됐다. 김효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설 연휴 동안 유럽에서 시작된 불안감이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며 “빠르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경제에 파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도 4% 가까이 하락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고조시켰다. 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3.9% 하락한 배럴당 29.69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원유 수출을 재개한 이란이 생산량을 늘리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減産)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신흥국들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행할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중국 유럽 일본 등이 통화정책을 이용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11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도 당분간 대외 요인에 의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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