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들 실적 뚝… 아베노믹스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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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과 유가 급락으로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써가며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장의 전망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까지 발표된 상장기업들의 2015년 3분기(10∼12월) 결산에서 경상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에 그쳤다고 4일 보도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1∼2분기(4∼9월)에 이룬 이익 증가율 20.7%에 비하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SMBC닛코(日興)증권이 집계한 상장기업 547개사의 3분기 경상이익은 철강이 62.6%나 줄었다. 기계 부문도 18%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큰 원인은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중국에서의 건설기계 사업 부진으로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영업이익을 지난해 9월 때 예측한 것보다 500억 엔(약 5000억 원) 낮춘 6300억 엔으로 잡았다.

미쓰이(三井)상선은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로 철광석이나 석탄 등을 운반하는 배가 남아돌자 이를 처분하기 위해 최대 1800억 엔의 특별손실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브라질 등의 오토바이 사업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라질에 새로 지은 자동차공장의 매출 전망도 어둡다. 회사 측은 “정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파나소닉은 중국 시장에서 컴퓨터용 축전지나 에어컨 판매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 회계부정 사건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도시바도 2015회계연도 적자가 71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4일 발표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비용을 손실 처리하면서 적자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와 자원 가격의 급락세도 일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원유 수입 대기업인 JX홀딩스는 재고평가손실이 늘어 4분기 순손실이 3300억 엔(지난해 9월 말 예상치는 450억 엔 흑자)이나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에선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사업권 일부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로지 소매업만 엔저(엔화 가치 절하) 영향으로 웃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른바 ‘싹쓸이 쇼핑’에 힘입어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매출이 늘었다. 대형 백화점을 가진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2015회계연도 1∼3분기(4∼12월) 면세품 매출은 전년 동기의 2.3배로 늘었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기업들은 3월 말 끝나는 2015회계연도 결산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까지 2015년 4∼12월 결산을 발표한 주력 전기전자 회사 72개사 가운데 23개사가 연간 매출액과 이익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아베 정부가 극약 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조치도 며칠간 반짝 효과를 보였으나 국제 유가 하락 소식에 힘을 잃는 모양새다. 각종 경제지표는 금리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3일 유가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불안으로 3% 이상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도 주요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로 0.85%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단행 이후 달러당 121엔 선으로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단 사흘 만인 3일 117엔까지 올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기업#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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