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택시 2대로 창업… 그때 그 각오로 그룹 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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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대금 완납… 금호산업 6년만에 되찾아

‘올해는 자강불식(自强不息), 내년에는 창업초심(創業初心).’

올해 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방침으로 ‘자강불식’을 외치며 사실상 지주회사였던 금호산업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29일 결심은 현실이 됐다. 이날 납입금 7228억 원을 내고 금호산업의 경영권 지분(50%+1주)을 되찾아온 것. 금호산업은 2009년 12월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6년 만에 박 회장의 품에 돌아오게 됐다.

박 회장은 내년 경영방침을 ‘창업초심’으로 정했다. 아버지인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이 택시 2대로 회사를 세운 70년 전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룹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뜻이다.

○ 납입액 완납 “많은 분에게 감사”

박 회장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53곳의 채권단에 납입액을 모두 송금하고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금호산업 인수 과정을 매듭지었다. 박 회장 및 일가가 67.7%의 지분을 보유한 금호기업이 지주사로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가진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여서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사실상 그룹 전체가 와해되는 것이어서 박 회장은 인수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그동안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고, 그룹 재건을 위해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는데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룹을 지켜 본 많은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단 큰 산을 넘었지만 박 회장은 당분간 더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30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부상에 따른 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 달러 강세로 인한 항공기 리스료 부담 등으로 경영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발생한 순손실만 8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9억 원의 거의 2배에 이른다. 그나마 유가가 내려 이 정도에 그칠 수 있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분석.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30여 개의 지점을 통폐합해 조직을 줄이고 일부 서비스는 외부에 위탁 운영, 희망퇴직 실시, 임원 차량 지원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4월 출범시킨 LCC인 ‘에어서울’을 서둘러 안착시켜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에어부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제2 LCC’가 된 에어서울은 2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득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의 일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저수익 노선을 넘겨 받아 내년 상반기 첫 취항에 나선다. 이들 노선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이 나는 노선으로 만든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계획이다.

○ 경영 제 궤도 안착에 ‘고삐’ 죈다

박 회장이 그룹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는 것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그룹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그룹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다. 내년 창업 70주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박 회장은 “고 박인천 창업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신 부지런함, 성실, 정직, 책임감, 끈기의 다섯 가지 정신이 그룹을 70년 동안 지속하게 만든 근간”이라며 “그룹 임직원 모두 창업초심으로 돌아가 그룹이 비상(飛上)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인수와 창업 70주년을 계기로 그룹의 핵심 사업분야를 항공, 타이어, 건설의 3대 축으로 구성해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항공은 아시아나, 타이어는 금호타이어, 건설은 금호산업이 주력으로 맡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500년 영속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완전한 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을 되찾아 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으로 채권단이 4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내년 말부터 재인수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은 올해 6월 박 회장이 사들였다가 3개월 만에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재매각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박삼구#금호아시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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