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부드러운 승차감-날카로운 핸들링’ 조화… 섬세함은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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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 한국GM ‘임팔라’

한국GM이 환골탈태한 10세대 쉐보레 ‘임팔라’로 준대형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헐렁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없었던 임팔라는 2014년 10세대 모델로 바뀌면서 디자인과 성능, 인테리어, 안전 등 모든 부분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탄탄한 기본기와 풍부한 편의장치는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지만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된 모델이어서인지 약간 부족한 섬세함은 단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임팔라 3.6L 최고 등급 모델을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해봤다.

선(線) 굵은 대륙적인 디자인

임팔라의 길이는 5.1m에 이른다. 길이만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 ‘에쿠스’보다 불과 5cm 작다. 하지만 차체 폭과 앞뒤 바퀴 간 거리는 현대차 ‘그랜저’와 비슷하다. 큰 차체는 비싸고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강인한 인상이어서 중장년층의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후면 브레이크와 방향지시등에 발광다이오드(LED)가 적용되지 않아 뒷모습이 조금 심심하다. 차체 색상은 현재로는 흰색 은색 검은색 3가지만 구입이 가능하다.

실내는 검은색과 검정+브라운 투톤 두 가지인데 투톤 인테리어가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느낌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한 디자인이나 플라스틱 마감재 등이 고급스러움을 주지는 못한다.

승차감과 운전 재미의 조화

미국 대형차라면 물렁물렁한 소파에 앉아 있는 느낌, 부드럽게 직진 주행은 잘하지만 커브길만 나오면 허둥댄다는 선입견이 많다.

그런데 임팔라는 부드러운 미국차의 장점에 운전 재미를 가미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서스펜션은 대형차의 평균 수준 정도의 부드러움을 가졌지만 단단한 차체와 덩치에 비해 날카로운 핸들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좌우로 커브가 연속되는 국도를 빠르게 달릴 때 예상보다 좌우 흔들림이 적고 급가속을 하거나 긴급 제동을 할 때 앞뒤 쏠림도 크지 않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랜저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차체가 크고 길지만 짧은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운전대의 조작에 맞춰 차의 앞머리가 잘 돌고 후륜도 듬직하게 따라와서 5m가 넘는 대형 세단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편평비가 40%에 불과한 20인치 대형 타이어가 들어간 것도 핸들링에 도움이 됐다. 다만 20인치 타이어는 소음이 약간 있는 편이고, 거친 노면에서는 아무래도 승차감이 떨어져 주행성능과 승차감의 이상적인 조합은 19인치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속에서 예민하게 세팅돼 있는 스티어링 감각이 초고속에서 그대로 유지돼 작은 운전대의 움직임에도 차가 너무 민감하게 움직여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이다.

부드럽지만 필요할 땐 강한 동력성능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보면 306마력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허탈한 느낌이 든다. 연료소비효율(연비)과 부드러운 가속감을 위해 페달의 절반 정도까지는 완만하게 가속이 이뤄지도록 세팅했기 때문이다. 변속기를 수동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제법 호쾌하게 치고 나간다. 시속 200km까지 멈칫거림 없이 한 번에 올라가고 240km도 어렵지 않게 돌파한다. 정밀 장비로 측정한 0→100km/h 가속시간은 7.3초가 나왔다.

브레이크 성능도 괜찮은 편에 속했다. 시속 100km에서 정지까지 40.4m로 측정됐다. 다만 브레이크페달 역시 초반은 부드럽게 잡히도록 설계돼 시내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 생각보다 페달을 많이 밟아야 원하는 제동력이 나온다. 정차 중에 발을 페달에 살짝만 올려놓아도 정지상태를 유지하는 국산차들과 달리 약간 힘을 줘서 밟고 있어야 한다.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점도 아쉽다. 연비는 일반적인 서울 시내 운전에서 L당 6.5km 수준이었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는 L당 13.5km가 나왔다.

쾌적한 실내, 풍부한 편의·안전장치

소음에 대단히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고서는 임팔라의 정숙한 실내에 만족할 것 같다. 이중 접합 차음유리와 실내 및 트렁크 바닥에 넉넉한 차음재가 들어갔고, 4기통이어서 소음에 불리한 2.5L 모델에는 음향으로 소음을 상쇄시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까지 넣었다.

임팔라는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만큼 단단한 차체에다 다양한 안전장비가 즐비하다. 동급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에어백이 들어갔는데 운전석은 물론이고 동승석에도 무릎 에어백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앞 차와의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주는 긴급제동장치,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측면 사각지대 경고, 후방 경고, 액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최신 안전장치들이 들어갔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공조기 아래에 있는데 충전성능을 높이고 스마트폰이 손상되지 않도록 작은 송풍구를 통해 냉각시켜주는 액티브 폰 쿨링 시스템까지 처음으로 적용했다. 11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성능도 수준급이다. 대형차에서는 보기 드문 6 대 4 분할 접이식 뒷좌석 시트도 유용하며 도어에는 3단 접이식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동그란 수납공간도 마련됐다.

단점도 보였다. 트렁크가 높게 솟아 후방 시야가 좋지 않았고, 중간 기둥이 운전자의 측면 시야를 약간 가려 안전운전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공조기를 조절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이 꺼지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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