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남북경협 전화위복 될수도” 기대감… 관련株 동반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南北 고위급 접촉 타결, 경제계 표정

최고조의 긴장 상태에 놓였던 남북의 군사 대치가 극적으로 타결된 25일 새벽.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누구보다 반겼다.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21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에도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됐지만 출·입경에 제한을 받은 데다 해외 바이어들 역시 불안감을 내비쳐 왔다.

살얼음을 걷던 남북 관계가 극적으로 해소되면서 개성공단 활성화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북 투자를 전면 금지한 5·24조치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경협이 오히려 이번 사태로 전화위복을 맞은 셈이다.

○ 남북 경협 기대감 커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개발의 사업권자인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이날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기대감을 숨기지는 못했다. 현대아산 측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예전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7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현대아산은 사업규모가 급격히 위축돼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재계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현대아산은 관광수입은 물론 개성공단 확대에 따른 인프라 사업 등을 진행해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아산의 지분 67.5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현대상선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7.83% 급등한 7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좋은사람들(1.69%) 로만손(0.45%) 신원(0.63%) 등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잇달아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경제단체들도 남북 교류 활성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남북 상황이 진전되면 평양 연락 사무소 개설 등 남북 민간교류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계기로 5·24조치가 해제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경제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경제협력 의사를 수차례 밝혀온 데다 북한 역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수년간 경제개발에 적극 나섰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의 걸림돌인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결국 한국에 명분을 줘야겠지만 설사 해제가 되지 않아도 민간 차원의 경제교류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원선 복원도 탄력 받을 듯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함께 개성공단의 입주기업이 확대될 가능성도 기대했다. 현재 330만 m²(약 100만 평)의 땅에 1단계 사업만 진행된 개성공단에는 5·24조치로 투자를 못해 분양을 받고도 입주하지 못한 기업이 150여 개에 이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북한 노동력의 경쟁력이 개성공단에서 검증된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면 북한이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안에 제2의 개성공단이 들어서고 기업들이 입주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경원선 철도 복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원선 복원은 당초 2017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남북의 군사적 대치가 길어지면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남북 간 해빙 무드가 본격 조성되면 북한이 유라시아 철도 연결 사업에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한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최단거리로 잇는 경원선 복원에 한국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북한도 경제적 이득을 고려해 적극 나설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단 남측 구간인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 11.7km만 공사를 시작했지만 양측 간 협의를 통해 북측 구간 복원에도 하루 빨리 나설 계획”이라며 “남북 협의가 이뤄지면 우리 측이 자재와 장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이상훈·정임수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