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적자 벤처기업의 ‘성급한 샴페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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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산업부
곽도영·산업부
12일과 13일 이틀간 벤처·스타트업 업계 뒷얘기는 가수 성시경이었다. 12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모바일 벤처 그룹 옐로모바일의 사내 행사에 성시경을 비롯해 지드래곤, 태양, 씨스타, 다이나믹듀오 등 인기 연예인들이 공연을 펼쳐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3500여 명의 옐로모바일 임직원들이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현장 사진에는 “진심 회사 부심(자부심) 생김” “애사심 폭발”과 같은 소감이 뒤따랐다.

행사의 타이틀은 ‘고 옐로, 고 아시아(Go Yellow, Go Asia)’였다. 두 달 전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며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옐로모바일의 포부이기도 하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2년 만에 임직원 3500여 명으로 몸집을 불린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은 그룹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부러움과 함께 우려도 나왔다. “겁나(매우) 좋은 회사네” “부럽네요”라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적자 내고 수익모델 찾는 회사가 외형에 거금을 쏟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옐로모바일은 2013년 공식 출범한 이래 국내외 71개 모바일 벤처·스타트업을 계열사로 가진 종합 모바일 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 포메이션8로부터 1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외형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안정된 수익 기반을 찾지 못해 지난해 81억 원, 올해 1분기 22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벤처업계에서는 옐로모바일이 프리 IPO(상장 전 지분 매각)를 통해 국내외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상장 여부와 수익모델 자체에 대해 아직까지도 명확한 플랜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의 의구심은 줄지 않고 있다.

5월 기자와 만난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는 “6월 안에 실리콘밸리 VC 2차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다”고 확답했었지만, 아직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옐로모바일이 ‘고 아시아’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지만 기대만큼 걱정이 많은 이유다. 시장의 기대가 마르고 나면 ‘곳간 생각 않고 샴페인부터 터뜨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곽도영·산업부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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