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8년째 반걸음도 못나간 ‘반올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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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책임 있는 자세로 조정에 임해주십시오.”

11일 오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낸 성명의 제목이다. 전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된 피해자 및 가족들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삼성전자와 다음 달 말까지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 성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조정 과정을 중단하지 말라는 것이 요지다.

반올림은 이날 “가대위가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이유로 삼성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이라는 과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도 가대위를 핑계 삼아 조정을 무위로 돌리지 말고 보다 성숙한 자세로 조정에 임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반올림은 “현재 조정 절차는 실질적인 의견 조율 과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고 했지만 제3자인 기자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조정위에서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 여부를 두고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이미 수정을 요구한 상황이다. 공익법인을 세울 것인지, 세운다면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둘러싼 또 다른 힘겨루기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보상 문제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기세였다. 가대위가 오죽했으면 “공익법인을 세운 뒤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중재안에 이의를 제기했을까 싶다.

삼성전자가 약속한 1000억 원의 기금을 우선적으로 피해자 및 유족 보상에 사용하고, 그동안 논의에서 소외됐던 협력사 퇴직자들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게 더 우선이지 않을까. ‘무책임하다’며 조정에 재참여하라는 반올림의 이야기는 2007년 10월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후 벌써 8년째 지난 아픔과 세월을 보상받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인 가족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구다. 반올림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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