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환경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 리스크가 뭔지 모르는게 리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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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 8개월만의 사장단 회의서 위기 강조

“지금처럼 모든 것이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이 리스크인지조차 모르는 무지(無知)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신 회장은 8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의 핵심 사업을 공고히 하면서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는 롯데그룹이 통상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회의다. 올해 열린 것은 처음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인원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 46개 계열사 대표 등 총 7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계열사별 상반기 실적에 대한 보고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 신동빈 “위기의식 가져야”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 내에서의 역할도 확대되며 그룹 최고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신 회장이 회의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위기의식이었다. 신 회장은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고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도 안 좋다. 우리가 잘하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을 융합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걸 고려한 말이다.

실제로 상반기 롯데그룹의 실적은 매우 안 좋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운영)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증권업계는 롯데쇼핑의 2분기(4∼6월) 실적도 메르스가 야기한 소비 침체로 인해 비슷한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2롯데월드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수족관과 영화관이 5월에 재개장을 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방문객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 “핵심 사업 바탕으로 신사업 추진”

신 회장은 “과거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진 환경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하고 그 기본은 그룹의 핵심 사업에 있다는 것이 신 회장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핵심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하반기에 추진할 사업 계획과도 연결된다.

롯데그룹은 하반기에 모바일 자체 결제 시스템인 ‘L페이’를 내놓는다. 그룹 핵심 역량인 유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3000만 명의 고객이 신용카드와 상품권, 현금, 쿠폰 관련 정보를 모두 스마트폰에 넣고 모든 유통 계열사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는 것도 금융 계열사가 쌓아온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8일 회의에서 이희석 KAIST 경영학과 교수가 IT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강연을 한 것도 신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제2롯데, ‘안전’에서 ‘즐거움’으로 홍보 전환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이 결합된 제2롯데월드는 하반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제2롯데월드가 안전성을 알리는 것에서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는 것으로 홍보의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잇따른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롯데는 이를 해명하는 데 주력했던 것. 이 관계자는 “건물 구조를 설명하는 등 괴담을 해명하는 데 주력한 것이 오히려 고객들에게 불안한 기억만 상기시켰다고 판단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는 즐겁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로서의 제2롯데월드를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오후 8시 이후 주차 요금을 낮 시간대 요금의 25% 수준인 10분에 200원으로 내렸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단 목표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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