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경영참여 8개항 요구… 엔씨와 전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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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측 주주제안서 공개
후임이사 선임땐 넥슨 추천인사로… 김택진 부인-동생 연봉 공개
비영업용 부동산 매각 등 요구… 엔씨소프트 “과도한 경영 간섭”

국내 게임업체 1위 넥슨과 2위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다툼이 전면전에 들어갔다.

지난달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한 넥슨은 6일 주주제안서를 공개하며 최대 주주(15.08%)로서 경영권 참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울대 공대 후배인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회장이 선배이자 같은 벤처 1세대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상대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측에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주주제안 및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요청사항’이란 제목의 제안서를 3일 전달하고 10일까지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또 글로벌 게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라며 경영 참여 이유를 밝혔다.

넥슨은 총 8가지 요구 사항이 담긴 제안서에서 엔씨소프트 김 대표의 재선임을 제외하고 후임·추가 이사를 선임할 경우 넥슨 추천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엔씨소프트 이사는 김 대표를 포함해 총 7명이다. 김 대표는 올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인 데다 주주들의 신뢰를 받고 있어 김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예외로 둔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도 제안에 넣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소유 엔씨타워 등 관련 토지를 매각해 주주에게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뜻이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 및 소각프로그램 운영으로 주주 이익을 높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부동산 처분 등은 엔씨소프트가 가진 것 중 돈 될 만한 것은 모두 팔라는 것”이라며 “중장기적 엔씨소프트의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단기 주가부양을 통해 넥슨의 잇속만 차리려는 요구”라고 반박했다.

넥슨은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실질주주명부 열람 등은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본격적인 지분 빼앗기 경쟁에 들어갔을 경우를 염두에 둔 조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넥슨의 요구 중 엔씨소프트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김 대표 특수관계인으로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자 중 5억 원 이상의 연간 보수를 받는 자의 보수 명세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회사의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 대표 부인 윤송이 사장(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Global CSO)과 동생 김택헌 전무(국내사업 총괄 책임자·CBO)를 겨냥한 ‘흠집 내기’라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고위 관계자는 “윤 사장과 김 전무는 모두 비즈니스 능력이 구체적 실적으로 뒷받침 가능한 경영자로 특수관계인이라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엔씨소프트 임원의 연봉은 사외이사 3명이 보상위원회를 거쳐 투명하게 정한다”고 반박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게임#넥슨#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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