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하나로… 중소 화장품업체들 ‘뷰티한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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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광객 주문 폭주에 싱글벙글
산성앨엔에스 마스크팩 매출 급증… 투쿨포스쿨, 9개국에 매장 열어
아멜리-마녀공장 등 온라인 돌풍

산성앨엔에스는 화장품 사업 매출의 95%가 마스크팩 판매에서 나온다.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에 단독 마스크팩 브랜드숍인
 ‘리더스’ 매장(위 사진)을 열었다. 오래된 인형과 장난감 등으로 실내를 독특하게 꾸민 ‘투쿨포스쿨’은 브랜드의 개성을 인정받아
 세계 9개 나라에 진출했다. 산성앨엔에스·투쿨포스쿨 제공
산성앨엔에스는 화장품 사업 매출의 95%가 마스크팩 판매에서 나온다.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에 단독 마스크팩 브랜드숍인 ‘리더스’ 매장(위 사진)을 열었다. 오래된 인형과 장난감 등으로 실내를 독특하게 꾸민 ‘투쿨포스쿨’은 브랜드의 개성을 인정받아 세계 9개 나라에 진출했다. 산성앨엔에스·투쿨포스쿨 제공
산성앨엔에스 회계팀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해 1∼9월 화장품사업 매출액이 469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인 ‘리더스 마스크팩’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산성앨엔에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온라인으로도 마스크팩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재고가 부족해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뷰티 한류’의 훈풍이 중소 화장품업체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군소 업체나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까지도 입소문을 기반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스타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도 입소문 하나로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뷰티 한류’의 발을 넓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골판지 제조업체인 산성앨엔에스다. 이 회사는 2011년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수 당시 리더스코스메틱의 연 매출은 6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2년에 매출이 78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17일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에 단독 마스크팩 브랜드숍인 ‘리더스’ 1호점을 열었다.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후발주자인 ‘투쿨포스쿨(Too cool for school·‘멋지다’는 관용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발을 넓혀 가고 있다. ‘투쿨포스쿨’은 화장품 편집숍 ‘토다코사’를 운영했던 조혜신 대표가 2009년 론칭했다. 밝고 화려하게 꾸민 여느 화장품 매장과 달리 어두운 조명과 오래된 인형 등으로 장식한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막걸리 성분을 추출해 기초 화장품을 만든 ‘맥걸리(Mcgirly)’ 라인이나, ‘지우고자’ ‘닦고자’처럼 화장을 지우는 클렌징 라인에 순수 한글 이름을 사용한 제품 등이 인기다.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해외 바이어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독특한 매장 콘셉트와 함께 한국적 개성을 더한 제품이 매력 포인트였다. 2011년 태국에 해외 매장 1호점을 낸 ‘투쿨포스쿨’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의 멀티 브랜드 편집숍에 당당히 입성해 세계적 패션·뷰티 브랜드들과 어깨를 겨눈다. 매년 국내외 매출이 30%씩 성장하고 있는 ‘투쿨포스쿨’은 현재 프랑스 홍콩 일본 대만 등 9개국에서 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는 중국에 80개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다. 이 회사의 김리원 마케팅팀장은 “초기에는 기존 브랜드숍의 스타 마케팅이나 경쟁적인 세일 행사 등에 밀려 자리를 잡기 어려웠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개성을 인정받아 국내보다 해외에서 2배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입소문 돌풍의 주인공인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 ‘아멜리’도 해외 진출에 나섰다.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 ‘아멜리’는 2008년 온라인몰을 열기 직전까지만 해도 김기성 사장이 ‘다마스’ 트럭에 제품을 싣고 서울에서 지방까지 손수 영업을 다닐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연 이후 다양한 제품 구색과 뛰어난 제품력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국내 4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온라인 역직구 매출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소셜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마녀공장’ ‘BRTC’ 등의 성장세도 무섭다.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만 누적 판매량 180만 개를 기록한 ‘BRTC’는 비타민 성분의 미백 라인이 가장 인기 제품이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에는 왓슨 등 중국 드럭스토어에까지 진출했다.

발효성분인 갈락토미세스가 들어간 ‘마녀공장’의 베스트셀러 ‘갈락토미세스 크림’. 마녀공장 제공
발효성분인 갈락토미세스가 들어간 ‘마녀공장’의 베스트셀러 ‘갈락토미세스 크림’. 마녀공장 제공
‘마녀공장’은 2012년 일본의 고가 화장품 브랜드 SKⅡ의 밀리언셀러인 ‘피테라에센스’와 동일한 성분의 제품을 소셜커머스에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대박을 쳤다. 현재 일본 홍콩 베트남에 온라인 수출을 하고 있고, 올해는 중국 온라인 몰에 입점할 계획이다. 황관익 마녀공장 이사는 “인지도 없는 온라인 업체로 시작했지만, 비싼 유명 브랜드 화장품에 의존하지 않고 싼 가격에 좋은 질의 화장품을 공급하자는 목표로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뷰티한류#화장품#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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