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핫드라이브]날렵한 얼굴과 대비되는 묵직한 승차감… 내 생애 첫차로 ‘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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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신형 ‘제타’/기자 2인의 솔직한 시승기]

폴크스바겐의 2015년형 신형 제타. 적당히 각이 졌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이 젊은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폴크스바겐의 2015년형 신형 제타. 적당히 각이 졌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이 젊은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남자가 첫 자동차를 살 때는 여자 때문이다. 여자친구나 애인을 사귀는 데 자동차가 필요해서다. 여자들은 차 없이 다니는 ‘뚜벅이’보다 오너 드라이버를 좋아한다. 뚜벅이에서 벗어나려고 몇 년간 돈은 모아도 폼 나는 자동차 한 대를 빚 없이 사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첫 차를 사는 젊은 남자들은 가격 대비 ‘뽀대’를 중시한다.

남자가 차를 바꿀 때는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면 짐이 부쩍 늘어난다. 차 트렁크에 유모차가 손쉽게 들어가지 않으면 남자는 피곤하다. 놀러 가자는 아내, 부쩍 늘어난 짐 때문에 그렇게도 많은 남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냉큼 사는 거다. 100km를 몇 초 안에 도달해 ‘칼질’이 가능한 자동차는 인터넷에서나 뒤적거릴 뿐이다.

이번 달에는 아이가 둘인 기혼의 정세진 기자와 뚜벅이인 미혼의 김성규 기자가 지난해 12월 출시된 폴크스바겐의 신형 제타를 함께 탔다. 제타는 1979년 최초로 선보인 후 6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1400만 대 이상 팔린 폴크스바겐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다.

16일 남자 두 명이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성남시까지 3시간 동안을 번갈아 운전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제타는 초고속 제트기류의 이름이다.

첫인상은 ‘날렵한 젊은 남자’

평소 깔끔한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 댄디보이인 김 기자는 이날 터틀넥에 면바지를 입고 바닥이 평평한 드라이브 슈즈를 신었다. 정 기자는 회색 기모바지에 스웨터 차림.

정세진(이하 정)=스포티한 차량 이미지에 맞게 옷을 입고 온 것 같은데….

김성규(이하 김)=사진으로 본 신형 제타의 첫인상이 워낙 날렵해 보여서요.

신형 제타는 전작보다 외관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전면부와 후면부를 좀 더 날카롭게 깎아놓은 덕분이다. 키는 별로 크지 않지만 날렵해 보이는 젊은 남자 같다.

정=차의 인상이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자 신형 제타 모델이 된 임시완 씨와도 비슷한데….

김=젊은 남자의 첫 번째 차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날카로운 외관에 비해 실내 디자인은 다소 담백하다. 시동을 걸기 위해 버튼을 찾는 데 15초가량이 걸린 것 외에는 평소 익숙한 곳에 운전 및 편의장치들이 달려 있다. 최근 나오는 수입차들이 엔진버튼은 물론 변속기마저 낮선 곳에 달려 있어 당황했던 것에 비하면 꽤나 정직하고 고지식한 배치다.

김=좌석 이동을 수동으로 하는 것은 좀 불편한데요.

정=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 같아.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에 들어오는 골프와 제타 모델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좌석을 편히 움직일 수 있는 자동식 장치를 달지 않는다. 옵션도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조작부인 센터패시아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버튼이 달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후방카메라와 주차 보조 시스템 등 꼭 필요한 기능은 갖췄다. 요즘 일부 차종들이 과도한 옵션을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간결하다.

달아오르기보다는 은근한 매력

날렵한 첫인상과 달리 신형 제타에 앉는 순간 독일차가 주는 묵직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김=좌석에 앉았을 때 푹신한 느낌보다는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 주는 딱딱함이 느껴지는데요.

정=핸들을 잡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확실히 국산차랑은 느낌이 달라. 뭔가 다부진 느낌이랄까.

시승한 ‘제타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은 1968cc 직렬 4기통의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DSG 변속기가 달렸다. 이 조합은 변속 과정에서 충격이 거의 없어 가장 조용한 주행감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최고출력은 150마력(1750∼3000rpm)에 최대토크는 34.7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8.9초, 최고 속도는 시속 218km에 이른다.

김=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곧바로 가속이 붙기보다는 rpm이 오르면서 속도에 탄력이 붙는 느낌이 드는데요.

정=빠른 반응의 역동적인 차라기보다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 주행을 하는 마라토너 같은 느낌이야.

디젤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도 꼼꼼히 신경을 쓰며 체크했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L당 15.5km로 도심에서는 13.8km, 고속에서는 18.1km에 이른다. 기존 모델에 비해 25kg 정도 감량을 했지만 연비는 기존 L당 18km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최근 국내 연비 측정 기준이 그만큼 까다로워졌다는 의미다. 이번 시승에서 도심에서는 L당 12∼13km 수준, 고속도로에서는 16km까지 나왔다.

정=연비 향상을 위한 ‘관성 주행’을 깡그리 무시했는데 이 정도 나왔다면 괜찮은 거 같은데.

관성 주행이란 운전자가 가급적 액셀러레이터를 적게 밟으면서 자동차가 기존의 달리던 힘을 이용해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예. 도심에서 워낙 차가 많이 막혀서 제대로 주행을 하지 못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남자의 선택은

이 차의 가격은 3650만 원이다. 한 단계 낮은 트림의 가격은 3150만 원. 과연 여자친구가 없는 미혼 남자가 선택하는 첫 번째 차가 될 수 있을까.

김=이 정도 성능을 갖춘 수입차를 이 정도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선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정=수입차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대로 살 수 있는 차라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라는 점에 공감. 근데 이 차를 타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 같냐?

김=소개팅을 할 때 자신감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자칫 비슷한 가격대의 대형 국산차를 타고 가면 아버지 차를 몰고 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거든요.

폭스바겐코리아는 세단으로 제타, 해치백 모델의 골프, SUV인 티구안 등의 소형라인을 갖고 있다. 제타를 살 가격이면 가격대가 겹치는 골프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정=수입차는 자칫 된장남 인상을 줄 수 있어. 차 안에 추위를 잊게 해주는 무릎담요,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책 한 권이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게 선배의 충고….

아이 아빠가 된 남자에게 제타는 희망사항이다. 가족을 실어 나를 만큼 충분한 레그룸과 잡동사니 가득 들어갈 만한 큰 트렁크는 없다. 하지만 SUV나 미니밴이 한 대 있다면 출퇴근과 자신만의 드라이브를 위한 자동차로 제타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젤이 주는 경제성과 함께 날렵한 차체를 보며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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