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매년 하던 新年하례식 2015년엔 취소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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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입원 장기화돼 떠들썩한 모습 보이기 부담”
“계열사별 조용한 시무식 준비” 그룹차원 신년사 발표도 고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됨에 따라 삼성그룹이 내년에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 대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년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화두와 당부를 담아 작성해 온 신년사도 내년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1일 “이 회장이 입원해 계신 와중에 떠들썩하게 신년하례식을 여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중론”이라며 “계열사별로 각자 조용하게 시무식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매년 1월 2일 이 회장 주재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룹 임원진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식을 열어 왔다. 이 회장은 건강 때문에 겨울이면 따뜻한 하와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머물다가도 매년 신년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해 직접 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등 행사에 큰 애정을 보여 왔다. 이 자리에서 그해의 핵심 경영화두가 담긴 이 회장 명의 신년사도 공개됐다. 행사는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도 함께 지켜볼 수 있게 사내방송으로 생중계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인한 장기 공백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이어서 과거 사례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삼성특검이 불거진 이후 2010년까지 3년간 삼성은 신년하례식을 갖지 않았다. 이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주요 사장단이 시무식 겸 신년하례식을 겸한 인사회를 진행했다.

내년 신년사에도 이 회장의 주요 워딩이 사실상 반영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매년 이 회장이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당부했던 주요 메시지 등을 모아 9월경부터 신년사를 작성한다. 완성된 초안은 이 회장이 직접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발표한다.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에 맞춰 구체적인 경영방침이 정해진다.

이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해 올해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를 예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세계 경제는 올해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으며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 회장이 5월에 쓰러진 탓에 이전처럼 많은 워딩이 없어 신년사 작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번에도 이수빈 회장 명의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계열사별로 사장들도 각각 신년사를 준비 중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신년하례식#시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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