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장난아니네… 크리스마스 앞두고 일부 품귀현상… 정상가 2배 웃돈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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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업 ‘또봇 델타트론’
영실업 ‘또봇 델타트론’
전남 광양시에 사는 유병근 씨(35)는 요즘 고민이 많다. 7, 4세인 두 아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이다. 유 씨는 “작년엔 ‘또봇’을 갖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완구점과 대형마트를 다 돌아다녔지만 모두 품절이었다. 올해는 ‘파워레인저’가 벌써부터 매진이라고 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처럼 속을 태우는 부모가 늘고 있다. 어린 자녀에게 선물할 완구를 사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서다. 최근 아이들이 많이 찾는 완구는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와 ‘또봇’ 등에 등장하는 각종 로봇과 장신구들이다. 애니메이션이 TV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얻자 관련 제품 수요까지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특히 반다이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하는 파워레인저 관련 완구는 시장에 풀리자마자 바로 품절될 정도다. 지난달 27일 롯데마트가 온라인쇼핑몰인 ‘토이저러스몰’에서 250개 한정 판매한 ‘파워레인저 DX티라노킹’은 사이트 오픈 4분 만에 다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제품을 구하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쇼핑몰 서버가 약 20분간 다운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수작업이 많고 생산시설을 급히 늘리기 어려운 완구 제작 공정의 특성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파워레인저 관련 제품은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감자스낵)’으로 불릴 정도”라며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113개 매장에 한두 개씩 넣기도 힘들 만큼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웃돈을 줘야 완구를 살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상가격이 7만5000원인 DX티라노킹은 현재 한 쇼핑몰에서 22만9000원에 팔리고 있다. 중고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중고 완구가 신제품 정가보다 비싼 15만 원 안팎에 거래될 정도다.

이런 완구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마트의 관련 제품 매출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이마트의 올해 완구 매출액(1∼11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특히 파워레인저, 또봇 같은 남아용 완구 매출은 3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이 0.1% 성장한 데 비춰 보면 상당한 성장세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에 남아용과 여아용 완구 매출이 각각 17.7%, 10.3% 늘었다. 특이한 것은 파워레인저, 또봇 등 로봇 형태의 완구 매출은 26.3% 증가한 반면 비디오게임 등은 23.9% 줄었다는 점이다. 성영신 고려대 교수(심리학)는 “경기 침체기의 소비자들은 먼저 외식비나 문화비를 줄이다 가장 나중에 자녀에게 쓰는 돈을 줄인다”며 “한 자녀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대형마트 등의 완구 매출은 한동안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완구#크리스마스#품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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