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다가오는데… 景氣 언제 풀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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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45개월만에 최대폭 하락… ‘반짝 효과’ 끝난 유통업계 찬바람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의 A백화점 4층. 아웃도어 업체들이 가을 신제품을 내놓고 판매에 나섰지만 매장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따금씩 보이는 고객들은 매장 앞에 ‘미끼용’으로 할인 판매하는 제품만 둘러보고 갈 뿐이었다.

A백화점에 입점한 아웃도어 20여 개 브랜드의 10월 매출액은 일제히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아웃도어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 늘어나는 등 최근 5년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모든 매장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 A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제품의 실적이 특히 저조하다”며 “소비 회복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추석 때 매출액이 반짝 증가하는 등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유통업계는 연말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이달 들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월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크리스마스와 설 연휴 대목이 있는 내년 2월까지 매출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11월 효과’다.

2일 유통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주요 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은 △신세계백화점 0.4% △현대백화점 3.8% △롯데백화점 4.5% 등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 매출액은 8월 ‘이른 추석’의 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지만 9월 6.3%나 감소한 데 이어 10월 역시 크게 오르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매출액 역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3.2%나 증가했지만 9월 매출액은 10.1% 감소했다. 10월 1∼30일 이마트는 0.9% 증가에 그쳤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0.5%, 0.8%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105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통계청의 10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한 달 전보다 3.2% 감소했다. 2011년 2월(―5.6%)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소비자들은 평상시 지갑을 닫는 대신에 ‘반값 행사’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 몰리고 있다. 이달 1일 오전 9시 50분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정문 앞에는 고객들이 80∼90m 정도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마트 측이 한우를 최대 50% 깎아주는 행사를 마련한 데 따른 것. 마트 측은 고객이 몰리자 1인당 구매 중량을 2kg으로 제한했다.

백화점들도 11월에 이례적으로 명품 세일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명품 대전’ 행사는 매년 2월과 8월에 여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는 전체 매출액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내년 2월 행사를 앞당긴 것. 롯데백화점은 이달 1, 2일 명품 행사를 마련했으며 현대백화점도 이달 7∼9일 멀버리와 마놀로블라닉 등 10여 개 해외 브랜드의 할인 행사를 연다.

유통업계는 연말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이어가면서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12일까지 총 1200여 개 품목, 1000억 원어치 물량을 할인 판매한다. 행사 기간을 지난해보다 일주일 늘리고 세일 품목도 20%가량 확대했다. 이마트도 11월 한 달 내내 ‘블랙 프라이데이’를 내걸고 총 3000억 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연다. 롯데백화점은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3억8000만 원 상당의 경품 이벤트를 열고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연말 대목#소비 심리#판매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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