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혁신]LH, 비에 ‘금융부채 시계’ 설치하고 전직원 힘모아 감축 나서

  • 동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 들어 토지 판매 증가와 경영혁신 등에 힘입어 부채감축 추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부채 축소는 LH의 올해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다.

LH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LH 부채시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LH 본사 사옥 1층에 있는 가로 7m, 세로 2m의 대형 전광판에는 LH의 금융부채 현황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사내 포털 메인화면에도 동시에 게재해 모든 임직원들이 접속할 때마다 금융부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들이 100조 원을 웃도는 금융부채에 대해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가지자는 목적에서다.

부채시계에는 금융부채 현황이 매일 업데이트된다. 전날 금융부채 총액을 기준으로 당일의 채권 발행, 국민주택기금 인출 등 부채 증가분을 더하고 토지·주택 매각대금 중 당일 회수분,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상환분 등 부채 감소분을 빼서 산출한다.

LH는 또 사업방식을 다각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도 벌이고 있다. 민간자본을 참여시켜 재무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민간 건설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모델을 찾고 있다. 주된 방식은 공공임대 리츠, 대행개발, 공공-민간 합동개발 등이다.

LH는 올해 신규사업비 14조2000억 원 가운데 33%인 4조7000억 원을 이 같은 방식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매년 사업 다각화 규모를 늘리면 2017년까지 총 8조8000억 원의 부채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LH는 보유 토지와 주택 등 재고자산 판매에 총력을 기울여 올 들어 7월 말까지 12조6000억 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판매한 재고자산 8조 원어치의 약 175%에 이르는 수치로 당초 계획한 판매 목표의 71% 수준이다.

올 들어 보유자산 매각이 증가한 것은 이재영 사장이 지난해부터 판매를 독려한 결과라는 게 LH 안팎의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22개 지역본부장 등과 판매 경영계약을 맺고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판매목표 관리제’를 새로 도입했다. LH 관계자는 “사장이 앞장서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고자산 판매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내부평가에서 판매목표 실적의 반영률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성과보상 체계를 개편했다. 사내 포털에 실시간 판매 현황을 색깔로 보여주는 ‘판매신호등’도 도입했다.

강도 높은 경영혁신으로 금융부채도 줄고 있다. 2013년 말 105조7000억 원이던 금융부채는 8월 말 현재 101조 원대로, 4조 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6월까지 월 평균 약 9000억 원씩 발행하던 채권도 올해는 54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LH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금융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LH의 금융부채는 그동안 줄곧 늘어나는 추세였다. 2017년 부채 목표액을 올 초 설정한 155조4000억 원에서 12조2000억 원을 더 줄여 143조2000억 원으로 재조정했다. 이 사장은 “실질적인 부채감축 및 끊임없는 경영체질 개선을 통해 국민들이 LH의 달라진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중단 없는 혁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