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신 단독…강남 가깝고 싸게” 전문직 중심 3040 용인 몰려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단지형 주택 장점 누리며 층간소음 걱정 없이 친환경 생활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단독주택 73채 규모로 조성 중인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 단지 건설 현장. 루시드 에비뉴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단독주택 73채 규모로 조성 중인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 단지 건설 현장. 루시드 에비뉴 제공
지난달 말 경기 용인시 기흥구.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에서 단국대 방향으로 15분쯤 걸어가니 2층짜리 빨간 벽돌 단독주택 73채로 구성된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 건설현장이 나타났다. 기와지붕과 옥상 정원을 만드느라 인부들의 손길이 바빴다.

최근 죽전과 동백지구, 기흥구 보라동 등 용인시 일원에 단독주택 10여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탈(脫)아파트’를 추구하는 젊은 수요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는 30, 40대가 용인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일대 직장에 다니며 쇼핑, 문화 등 강남의 생활 인프라는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자동차로 30분∼1시간 거리인 용인지역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전원주택단지 ‘라움빌리지’ 내 한 단독주택. 라움빌리지제공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전원주택단지 ‘라움빌리지’ 내 한 단독주택. 라움빌리지제공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서울 인근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나 판교신도시 일원에 조성됐다. 주로 은퇴연령에 접어든 베이비부머를 겨냥한 것으로, 분양가도 비쌌다. 하지만 분당, 판교 일대는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대단지로 조성할 수 있을 만한 택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사업자 및 수요자들의 발길이 인근 용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용인경전철 개통으로 동백역과 기흥역을 통해 서울로 드나들기 편해지면서 용인지역 주택 개발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용인 일대 단독주택 부지 가격은 3.3m²당 400만∼600만 원 수준으로 분당 및 판교(1000만∼2000만 원)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분양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 덕에 용인에서는 분당, 판교와 비교해 30∼40% 싸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 외부 전경(위)과 C, D타입
거실 내부 모습. 루시드 에비뉴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 외부 전경(위)과 C, D타입 거실 내부 모습. 루시드 에비뉴 제공
용인 일대에서 공급 중인 단독주택을 분양받을 땐 택지만 선택하거나 아파트처럼 주택 전체를 선택할 수 있다. 용인시 처인구 호동에서 지난해 1차 분양에 이어 2차 물량을 분양 중인 도심형 전원주택 ‘라움빌리지’는 택지만 따로 분양하고 있다. 434m² 토지를 분양 받아 전용면적 132m²짜리 2층 주택을 지을 경우 땅값(3.3m²당 150만∼160만 원 선)과 건축비(3.3m²당 450만∼500만 원 선)에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3억5000만∼4억 원이 든다.

최근 용인 일대 단독주택을 찾는 수요자 중 상당수는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다. 분양 관계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이제라도 단독주택 특유의 운치를 경험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분양을 받으려는 강남 출신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독주택을 분양받은 정모 씨(42·대기업 팀장) 역시 6세, 4세인 두 딸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용인행을 결심했다. 정 씨는 “보안, 관리 등 공동주택의 장점은 그대로 누리고 싶어 아파트와 유사하게 여러 채가 한 단지를 이루는 단지형 타운하우스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용인 일대 단독주택들이 이처럼 단지형으로 조성되면서 처음부터 30, 40대만 타깃으로 분양하는 사례도 있다. 부동산투자자문사인 블루오션파트너스 김시종 대표는 “외부와 구분돼 독립된 마을을 형성하는 타운하우스에선 입주자들끼리 화목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지형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를 선택할 경우 ‘리스크’도 따른다. 수요자를 다 모집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되거나 토지만 분양 받은 사람들이 건축비 부담으로 집을 짓지 못해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천호성 인턴기자 고려대 경제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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