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몸집보다 내실… ‘나만의 힘’으로 작은 거인들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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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작센 주, 세계 품은 비결은 ‘강소기업 에너지’
혁신적 기술·서비스가 자산… 글로벌 보폭 넓혀야

독일 남동부에 위치한 작센 주.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산업거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뮌헨, 프랑크푸르트와 달리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면서 강력한 산업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 기계 공학 등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는 이 지역에선 ‘미텔슈탄트’라 불리는 강소기업들이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미텔슈탄트는 종업원 수 500명, 연매출 5000만 유로(약 70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히든 챔피언’이라고 알려진 글로벌 강소기업들이다.

독일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이런 제조업을 지탱하는 줄기가 미텔슈탄트다. 독일에는 약 40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으며, 이들은 전체 고용의 80%를 책임진다. 작센 주는 1990년 서독과 동독의 통일 후 20여 년 동안 독일의 경제를 일으키고 현재까지 경제 기관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작센 주의 통일 이전 1인당 소득은 1만 달러 수준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2012년 1인당 소득은 약 6만5000달러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작지만 강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혁신을 이끌어 낸 결과다.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걸출한 기업들을 배출한 비결은 역시 몸집보다 내실이 탄탄한 강소기업들의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다. 특화된 에너지가 있으니 규모는 작더라도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한다.

한국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국내 기업들은 덩치를 추구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모두가 특화된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공격하고 있을 때, 덩치와 내실이 엇박자를 내는 불편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국과 독일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고 고속 성장했다는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격차는 상당하다. 대기업의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붕괴되고 외환·금융위기까지 겪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하다. 반면 독일은 히든 챔피언으로 대표되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이 지방 곳곳에 포진해 일자리 등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활을 건 글로벌 산업 전장에선 몸집이 크다고 ‘레드카드’에서 예외일 수 없다. 작은 기업들이 첨단 기술과 서비스로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성공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눈에 띄는 알짜 중소기업들이다.

1994년 대명그룹(리조트) 전산실에서 분사해 설립된 유망 벤처기업 ㈜솔비포스는 최근 차세대 다업종 ‘포스(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 통합솔루션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우스(ZEUS)’는 간단한 설정만으로 △요식 △유통 △도소매 △물류관리 등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차세대 포스 시스템이다. 회사는 중국 상하이, 칭다오 총판을 해외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경영의 보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난치병 극복을 목표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국제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다림티센도 주목받는 강소기업이다. 모회사인 다림양행㈜을 통해 주로 대학병원급 의료 기관을 중심으로 의약품을 공급해 왔던 이 회사는 최근 조직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식 경영기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시키며 외식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 기업도 있다. 식육 가공품 판매업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한국형 메츠거라이(Metzgerei·식육가공판매업)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대경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서울 한강변에 독일풍 외식 모델인 ‘어반나이프’를 오픈해 한국형 메츠거라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밖에 소수력 발전사업과 양식사업, 호텔사업을 병행하며 불황에 더 강한 무(無)차입 경영을 펼치는 ㈜한석에너지, 초정밀 방산부품 및 자동차·조선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한영정밀㈜, 레드오션이 된 치킨시장에서 상생과 의리로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한 ‘호식이 두마리치킨’도 몸집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다.

이들 모두가 작지만 강한 기업의 전형이다.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등 모든 항목에서 일반 기업을 능가하는 성적표를 쥐고 있다. 스스로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 또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밤낮없이 뛰고 있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갈 것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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