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이 직접 거래… ‘제2 中투자 붐’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중 정상회담]中, 한국에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 자격 부여

앞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위안화로 중국 본토의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간접 주식투자 중심의 중국 투자 판도가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예금 등 다양한 상품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국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홍콩 대만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한국에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면서 투자시장에 ‘제2의 차이나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중국 투자 판이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울에 위안화 청산체제를 구축하고, 한국 측에 800억 위안(약 12조8000억 원) 규모의 RQFII 자격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RQFII는 외국인 투자자가 위안화로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한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RQFII 한도를 부여받으면 해당 국가의 금융회사들이 한도 내에서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범위는 △중국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 채권 또는 권리증서 △채권 은행 간에 거래되는 고정 수익 상품 △증권투자펀드 △주가지수선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승인한 기타 금융투자 상품 등으로 다양하다.

RQFII 자격을 얻으면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해 다양한 중국 투자 상품이 개발돼 중국투자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운용사들의 기존 중국투자 통로였던 적격해외기관투자자(QFII)와 달리 중국 역외의 위안화로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다. 위안화로 중국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에 별도의 환헤지 비용도 들지 않는다. QFII가 본토 주식에 50% 이상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반면 RQFII 자격이 있으면 100% 채권에도 투자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 본토에 투자하면서 홍콩법인에 거래대금의 대략 1% 내외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직접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이 다양한 상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채권 투자해볼까


원·위안화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저금리의 원화를 빌려다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원-캐리 트레이드’ 금융상품의 개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외화자금 담당자는 “위안화는 고금리인 데다 중국의 경제기반도 튼튼하니까 위안화 표시 상품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에서 2%대 저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중국 국채와 회사채에 대한 투자매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한국투자운용 전무는 “RQFII는 제한 없이 위안화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어 한국보다 채권 수익률이 1∼2%포인트 높은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채권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RQFII를 받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고 은행이 이를 판매하게 되면 예금과 적금 중심의 재테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국내 보험사, 연기금, 리테일 쪽에서 4% 미만의 위안화 고정수익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AAA등급의 채권과 예금을 조합하면 5% 이상의 수익률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6개월∼1년 후쯤부터 중국 주식과 채권을 활용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 ::


(RQFII·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중 국 정부가 국가별로 할당한 금액 안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위안화로 중국 본토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 기존의 적격해외기관투자자(QFII)는 투자금을 중국 내에서 위안화로 환전해야 하지만 RQFII는 역외에서 환전한 위안화를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박민우·유재동 기자
#한-중 정상회담#위안화#파생상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