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직접판매원 63% “업무 스케줄 유연… 내 직업 만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상린 한양대 교수팀, 업계 종사자 1620명 설문조사

주부 한모 씨(40)는 2006년 7월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7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첫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했지만 둘째부터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육아도우미를 쓰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2명 모두 맡기자니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다.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가 되자 개인적인 시간 활용이 가능해졌고 여러 회사에 재취업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경력단절로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한 씨는 지인을 통해 ‘회원 직접 판매’ 회사를 알게 됐고 현재 가사와 판매를 병행하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 씨는 “일과 가사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회원 직접 판매원의 직업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근무 기간이 길수록 만족도가 더 컸다.

한양대 경영학부 한상린 교수팀이 올 2∼5월 회원 직접 판매업체인 한국암웨이의 판매원 1620명을 대상으로 ‘회원 직접 판매의 판매원과 기업가 정신 분석’을 한 결과 조사 대상의 63.1%가 ‘직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나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판매원은 11.6%에 그쳤다. ‘내년에 아마도 새로운 직업을 찾아볼 것’이라는 의견은 13.4%에 그쳤다. 한 교수팀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달 23일 열린 ‘2014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한 교수팀은 판매원의 직업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 등이 회원 직접 판매를 통해 경제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회원 직접 판매는 판매원의 80% 정도가 여성이다. 50대 이상의 판매원도 20%에 이른다. 또 주부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등을 이용하면 회원관리와 주문, 배송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응답자의 67.3%는 ‘업무 스케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판매원의 64.5%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43.9%는 ‘현재 직업이 개인적인 요구 사항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8.2%에 그쳤다.

회원 직접 판매를 통해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판매원도 많았다.

판매원의 49%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보다 더 도전적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답했다. 54.4%는 ‘업무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판매원 이모 씨(54)는 “50대 초반에 명예퇴직한 뒤 일자리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회원 직접 판매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성과를 내면서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업무에서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59.3%는 ‘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웠다’고 답했다.

회원 직접 판매원들의 경영 마인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7.9%가 스스로를 개인사업자로 여긴 것과 58.2%가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 방법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답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사업 기회를 포착하려면 어느 정도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64%)’거나 ‘혁신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는 경영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41%)’ 등의 질문에서도 경영자로서의 진취적 성향을 내비쳤다.

한상린 교수는 “국내의 회원 직접 판매 시장은 2011년 2조9000억 원에서 2012년 3조3000억 원으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경력단절 여성과 고령층 등 일자리를 잡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회원직접판매 활동기간 길수록 기업가정신 높아져” ▼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이사

회원 직접 판매 업체인 한국암웨이는 1991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매출이 한때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2011년 1조 원대로 진입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과 고령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다음은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이사(사진)와의 일문일답.

―회원 직접 판매가 사회에 기여하는 점은 무엇인가.

“회원 직접 판매는 경력단절 여성과 고령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주부들은 스스로 시간 배분을 할 수 있어서 일과 가사의 병행이 가능하다. 또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다. 하지만 고령자의 직업군은 제한적이며 취업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회원 직접 판매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물꼬를 터주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60대 이상의 고령층 회원이 2003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9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사업 지속 기간이 길수록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데….

“한국암웨이 회원은 모두 개인사업자다. 이들은 활동하는 기간이 길수록 기업가 정신이 높아졌다. 자신이 1인 기업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높은 회원은 그렇지 않은 회원보다 직업 만족도가 높았고 성취 욕구와 주관적 행복 등도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회원 직접 판매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높아지고 성취감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회원은 근무 시간과 장소에서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는다. 반면 기업은 회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회원은 한국암웨이 직원이 아니다. 독립된 자영업자다. 그래서 회원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다만 회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회원의 성공은 한국암웨이의 성장과 직결되는 상생관계다. 회원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회원 직접 판매업의 육성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는 회원 직접 판매를 규제해 왔다. 우선 정부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회원 직접 판매를 유통업의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한다. 불법 피라미드 판매와 구별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소비자도 회원 직접 판매를 다양한 유통방법 중 하나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회원직접판매#한국암웨이#육아도우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