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작전? 손보사들, 車보험료 ‘릴레이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대형 손보사서 업무-영업용 올리자… 中小 손보사는 개인용 줄줄이 올려
당국 “손해율 높아 인상 명분 있지만, 보험사기 근절 등 자구노력 先行을”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차를 보유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요금이 오름에 따라 가계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대형 손보사들이 회사 업무용 차량과 택시, 버스 등 영업용 차량의 보험료를 올린 데 이어 최근 중소형 보험사들이 개인용 차량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흥국화재는 6월 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2.2% 인상하기로 했다. 자동차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금액이 커짐에 따라 손해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이다. 악사손해보험도 다음 달 차 보험료를 2% 정도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케이손해보험은 4월에 개인용 차량 보험료를 3.4% 올렸고 하이카다이렉트도 5월에 개인용 보험료를 2.8% 인상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을 뜻하는 ‘손해율’이 적정 수준인 77% 선을 넘어섬에 따라 중소사들이 보험료 체계를 그대로 두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사들은 3∼5월에 영업용 차량 보험료를 10∼15%, 업무용 차량 보험료는 3∼4% 올리는 등 가격 인상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용 차량 보험료의 인상은 보류해 둔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라’는 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한 보험관련 행사에서 “차 보험은 국민 대부분이 가입하는 데다 보험료를 조금만 인상해도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름 이후 손해율이 더 오르면 대형사들도 개인용 차량 보험료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의 4월 평균 손해율이 89%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포인트 정도 떨어진 점을 들어 보험료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대형 손보사들이 자산 운용, 실손보험 판매 등 다른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만큼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개인용 차량 보험료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보험료는 1, 2개월의 단기적 현상만 봐서는 안 되고 6개월 이상의 중장기적 동향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4월 손해율이 약간 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5월 초 연휴 기간에 차량 운행이 늘어 손해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보사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인 77∼78% 선을 훨씬 웃돌고 있는 만큼 보험료를 올릴 명분은 있다”면서도 “보험료 인상 전에 보험사기 근절 등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이려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손보사#차보험료#흥국화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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