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마케도니아’ 나라이름에 그리스가 발끈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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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해(Sea of Japan)’라고 표기했던 미국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해 ‘일본해/동해(East Sea)’로 기재하자는 법안이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을 통과했다. 이 기세를 몰아 뉴욕 주에서도 같은 일을 벌이자고 뉴욕 동포사회가 똘똘 뭉쳐 힘을 모으고 있다. 동해로 불리든 일본해로 불리든 일렁이는 파도와 온갖 물고기, 그곳에 자리 잡은 많은 섬들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거기에는 부르는 사람과 호명된 사물 사이의 운명적인 인연이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나라 이름은 그 나라 민족, 역사, 문화 전체를 좌우한다.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이 대표적이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남부 유럽 발칸반도 중부에 있는 나라다.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6개 중 하나였으나 1989년 동유럽을 휩쓴 공산정권 붕괴의 소용돌이를 틈타 1991년 독립했다. 이때 그리스인들이 이 명칭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케도니아’ 하면 알렉산더 대왕과 연결된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를 통치하면서 그 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린 인물이다. 그런데 현재의 마케도니아인은 고대 그리스계가 아닌 6∼7세기 이주한 남슬라브인들이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그리스 문화를 떼고 생각할 수 없다며 이름 사용에 반발했다. 싸움이 장기간 지속되다가 ‘마케도니아 옛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라는 긴 이름을 외교적으로 사용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이름을 둘러싼 싸움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가톨릭교에서는 ‘하느님’, 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이슬람계 사람들은 ‘알라’ 등으로 각자의 신을 칭하면서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지구상 곳곳에서 투쟁과 테러 등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이름을 붙이고 부르면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목적을 세우며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한다. 즉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인간이 다른 사물과 관계를 맺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근본적인 수단이 되는 셈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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