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창구앞 대기자 수백명… 은행선 예금까지 인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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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금융정보 유출 대란]
“콜센터 전화 안받아 찾아왔더니… 세시간 넘게 기다리게 만들어”
성난 고객들 집단 항의 사태

카드 정보유출 첫 집단소송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고객 130명이 20일 카드사를 상대로 첫 집단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조율의 신용진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카드 정보유출 첫 집단소송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고객 130명이 20일 카드사를 상대로 첫 집단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조율의 신용진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롯데카드 센터. 대기 순번표를 뽑자 801번이 찍혔다. 평소 한산하던 센터 안은 150여 명의 고객들로 가득 찼다. 롯데카드 센터의 대기인 번호는 하루 최대 300번 남짓이지만 이날은 1000번을 넘었다.

한 고객은 “낮 12시 전에 왔는데 세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고객들은 “콜센터가 전화를 안 받아 직접 찾아왔다”고 소리치며 항의하는 등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20일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 피해 여부를 주말에 확인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당 카드사와 은행들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카드사 홈페이지와 콜센터는 접속자가 폭주해 마비되기도 했다.

○ “못 믿겠다” 성난 고객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지점마다 평상시와 달리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고객으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주말에 카드 정보 유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카드 재발급을 받으려는 이들이었다. 오전 10시경 국민은행 명동지점을 찾은 변현모 씨(46)는 “보이스피싱 등이 걱정돼 아예 결제 계좌를 해지하러 왔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해당 카드사와 은행을 “더는 못 믿겠다”며 예금을 빼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위대선 씨(52)는 “계좌에 있는 모든 돈을 이번에 사고가 안 난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서대문점에서 만난 안남신 씨(40)는 “이 정도 피해를 주었으면 지점에서 나와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하는 모습이 괘씸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카드사 홈페이지와 콜센터도 마비

피해자들의 문의 전화가 카드사 고객센터로 몰리며 20일 오전 한때 ‘1588’로 시작하는 지능망 서비스 전체가 불통되기도 했다. 지능망 서비스는 고객이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해당 기업의 가장 가까운 콜센터로 연결하는 기능이다. KT 측은 “평소 지능망 시간당 이용 통화 수는 약 7만 건이었으나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평소의 8배 이상으로 늘어나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카드사 홈페이지도 한때 접속이 되지 않았다. 유출 피해를 확인하려고 접속한 고객들은 접속 지연에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회사원 김모 씨(29)는 “카드대금이 연체될 때는 하루 수십 번도 잘도 전화하더니 자기들이 잘못을 저지르니까 전화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 “2차 피해 보았다” 주장 잇따라 나와

이번 유출 사건과 관련해 2차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카드사 민원센터에는 “스팸 문자와 대출 전화가 급증했다”는 고객 항의가 빗발쳤다. 롯데카드 고객 A 씨는 19일 오후 갑자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5000원 결제 문자가 뜨더니 10분 간격으로 여러 번 추가 결제 문자를 받았다며 이번 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2차 피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해당 고객이 본 피해는 과거에도 여러 번 발생했던 ‘구글 아이디 해킹’에 따른 사건”이라며 “이번 유출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보 유출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도 시작됐다. 강모 씨 등 130명은 20일 3개 카드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이은택·정호재 기자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안하늘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
#카드#금융 정보#유출#콜센터#롯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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