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카드→KB금융→KCB→롯데카드… 4社 경영진 4시간새 ‘도미노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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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금융정보 유출 대란]
靑 “면피용 아닌가… 무책임한 짓”
鄭총리 ‘징벌적 과징금’ 방안에도 “소급적용 못해 실효성 의문” 비판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파장이 커진 20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홍원 국무총리(사진)까지 나서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자 해당 금융사 사장들과 임원진들은 이날 오후 늦게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20일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누구도 다시는 이 같은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강력히 처벌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최고경영자(CEO)가 도의적 책임을 꼭 지게 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파악한 카드사와 소속 금융지주사들은 일제히 긴급 대책회의에 나섰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사표를 내지 않고는 사고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회의장에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5시 15분, 카드 3사 중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이 처음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1시간여 뒤인 오후 6시 반 KB금융그룹은 이건호 KB국민은행장,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등 임원 27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임원도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오후 9시 15분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9명이 물러났다. 4시간 만에 사고와 관련 있는 회사의 책임자들이 모두 옷을 벗은 것이다.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회사 임원들이 줄줄이 물러났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 정도로 사건의 파장이 잦아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기류가 심상치 않다. 해당 회사 임원들의 줄사퇴가 일시적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원진이 일제히 사표를 낸 게 국민들에게 오히려 ‘면피용’으로 비칠 수 있다. 파장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먼저 사표부터 던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임원들은 사퇴할 사람들이 아니라 책임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며 “단순히 사람 몇 명 자르는 것만으로는 수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정보 유출 사태의 대책으로 내놓은 ‘징벌적 과징금 부과’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현행 법제도로 처벌할 수 있는 수위가 너무 낮다는 국민적 비판을 고려해 이 대책을 내놨다. 신용정보법은 정보 유출로 인한 과태료를 최대 600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바꿔 처벌 수위를 강화한다 해도 사고를 일으킨 카드사들은 ‘소급적용 불가 원칙’에 따라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게다가 징벌적 과징금을 시행하려면 국회 등을 통해 법을 고쳐야 한다. 금융사들이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동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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