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먹고 얼마 내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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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에 7000∼8000원… 간편식에서 ‘요리’로

제육볶음과 깻잎을 넣어 만든 ‘바르다 김선생’의 ‘매운제육쌈 김밥’(사진) 등 고급형 김밥을 파는 전문점들이 최근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죠스푸드 제공
제육볶음과 깻잎을 넣어 만든 ‘바르다 김선생’의 ‘매운제육쌈 김밥’(사진) 등 고급형 김밥을 파는 전문점들이 최근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죠스푸드 제공
24일 낮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김밥 전문점 ‘킴팝’ 매장. 33m²(약 10평) 남짓한 공간에 삼삼오오 모인 손님들은 ‘사과 김밥’(6000원)과 ‘구운 닭가슴살 김밥’(7000원), ‘한우 불고기 김밥’(8000원) 등을 먹고 있었다. 이곳에서 김밥 1줄의 평균 가격은 7000∼8000원으로 웬만한 식당에서의 ‘밥 한 끼’와 맞먹는 가격이다.

가장 비싼 메뉴인 ‘모둠 김밥’(오징어, 돈가스, 한우고기 등 사용) 가격은 1줄에 무려 1만5000원. 킴팝의 한 관계자는 “유기농 쌀과 완도 김, 청송 사과 등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맛과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 김밥, ‘요리’로 등극하다

그동안 국내 김밥 시장은 ‘김밥천국’이나 ‘종로김밥’ 등 분식집 스타일의 전문점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천 원 김밥’이나 ‘야채 김밥’ 등 이들의 대표 메뉴는 바쁠 때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맛과 조리법을 업그레이드한 이른바 고급 김밥 전문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1000∼2000원이던 가격은 어느새 1만 원대까지 훌쩍 뛰었다.

올해 7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문을 연 ‘바르다 김선생’ 측은 “가격이 비싸도 제대로 된 것을 소비하려는 30, 40대 주부를 겨냥해 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점포를 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부터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김밥 고급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잠실, 송파 지역에서 ‘멸치김밥’(4500원)으로 유명해진 ‘나드리 김밥’을 강남구 압구정동 본점과 일산 킨텍스점에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의 황혜정 조리식품 담당은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남해안 멸치를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법이 알려져 월평균 1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가격 인플레’ 우려도

외식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김밥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원이다. 분식점 시장에서 김밥 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저가 위주였던 김밥 시장에 왜 비싼 메뉴가 등장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서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고급화를 통해 차별화하려는 ‘틈새 전략’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고급 또는 전문 브랜드는 좀 더 쉽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밥 소비자의 관심사와 성향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윤 죠스푸드 전략기획실 부장은 “1인 가구가 늘고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면서 김밥도 잘 차려진 1인용 맞춤 식사(외식의 한 메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를 소비하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소비해 자기 만족감을 극대화 하는 이른바 ‘가치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고급 김밥, 프리미엄 김밥 은 ‘비싸면 잘 팔린다’는 식의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너도 나도 고급 김밥을 추구하면 저가형 상품마저 값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밥#킴팝#죠스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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