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LPG용기 부족 대란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26년 지난 제품 의무 폐기, 석달만에 백지화…
투자 손실 제조업체들 “11월부터 공급 중단”

정부가 제조한 지 26년이 지난 액화석유가스(LPG) 용기를 의무적으로 폐기하는 ‘LPG용기 사용연한제’를 사실상 백지화하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생산시설을 확충했던 LPG 용기 제조업체들이 다음 달부터 용기 생산 및 공급을 중단키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 5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제조 후 26년이 지난 LPG 용기를 의무적으로 폐기하는 사용연한제를 도입했다. 용기 노후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려는 취지였다. 노후 LPG 용기를 한꺼번에 폐기하면 수급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용기 제조시점에 따라 최대 3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유예기간이 올해 6월로 모두 끝나 폐기되는 LPG 용기가 크게 늘자 시중에서 용기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새 용기 구입비가 늘어나자 LPG판매업계와 충전업계는 불만을 쏟아냈다.

산업부는 8월 28일 사용연한제를 사실상 백지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규칙은 2014년 12월까지 폐기해야 하는 LPG 용기의 폐기 시점을 최대 3년 뒤로 늦췄다. 또 용기 안전도 검사 기준은 강화하되 1989년 이후 생산된 용기는 안전도 검사에서 탈락한 제품들만 폐기하기로 해 사용연한제는 사실상 폐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용연한제 시행으로 노후 용기 340만 개가 폐기돼 안전성 제고라는 정책 효과를 이미 거뒀다”며 “폐기 대상 용기가 늘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 의무 폐기 규정을 없앴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연한제 시행에 대비해 설비 투자에 나섰던 LPG 용기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용기 수급 예측 실패와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11월부터 용기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LPG 용기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들만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됐다”면서 “일관성 없는 정부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LPG 용기의 안전성 문제도 제기했다. 용기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용기 부족을 이유로 감독당국의 묵인하에 30년도 넘은 용기가 폭탄처럼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용연한제 폐지는 정부가 국민 안전에 눈을 감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LPG용기#액화석유가스#용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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