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번거롭잖아” 곰국 소비 줄자 사골-우족 가격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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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뼈-꼬리뼈도 80% 이상 떨어져… 끓이는 과정 힘들고 오래 걸리는 탓
재고 늘자 고급부위 값 인상 부추겨… 대형마트, 반값-반조리 판매 잇달아

한국인의 대표적인 보양식인 곰국을 끓여 먹는 집이 줄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활은 바빠졌지만 곰국은 끓이는 데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려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런 쇠고기 사골 가격은 10년 사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 대형마트에는 ‘반값 사골’까지 등장했다.

21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사골의 경락 가격은 kg당 2962원으로 10년 전인 2003년의 2만5339원의 11.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사골 가격이 예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10년 전 kg당 경락 가격이 2만6220원이었던 소 우족도 현재 가격이 6012원(예전 가격의 22.9%)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소 잡뼈 값은 7504원에서 1483원으로, 소꼬리는 1만6003원에서 6491원으로 급락했다.

사골을 비롯한 한우 부산물이 ‘애물단지’ 신세가 된 것은 곰국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그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곰국을 끓이려면 적어도 반나절 동안 사골에서 나온 핏물을 버리고 물을 다시 끓이는 과정을 수시로 반복해야 한다. 24시간 이상 끓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연탄불이 아닌 가스불 옆에 지키고 서서 곰국을 끓이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또 패스트푸드와 외식에 익숙한 1970년대 이후 출생 세대는 곰국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도 소비 감소에 한몫을 했다.

곰국 재료인 쇠고기 부산물의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쇠고기 부산물 매출액은 2008년에 비해 24.3%나 줄었다. 이권재 롯데마트 축산팀장은 “곰국거리 수요가 줄면서 한우 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우 부산물 가격 하락의 또 다른 문제는 등심과 안심 등 다른 부위의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우 한 마리 가격 중 채끝과 등심, 안심 등 고급 부위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5.1%에서 올해(9월 말 기준) 45.1%로 높아졌다.

이는 쇠고기 부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자 한우 농가와 유통업자 등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급 부위 가격을 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황명철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장은 “한우 부산물의 소비 저조로 재고가 쌓이면서 냉동 보관비와 창고 유지비 등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며 “결국 쇠고기의 고급 부위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매년 가격이 떨어지는 사골과 우족 등을 시중 가격의 절반에 내놓는 할인 행사도 열린다. 롯데마트는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한우협회와 함께 사골과 우족을 개당(약 1.3kg) 95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사골과 우족을 2개 이상 사면 한우 잡뼈 1kg을 덤으로 얹어준다.

긴 조리과정을 번거로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한우 부산물을 조리해서 파는 업체도 늘고 있다. 농협안심축산은 최근 한우 부산물을 활용한 사골곰탕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곰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다하누 곰탕은 이달 준공을 목표로 한우 사골과 잡뼈를 가공해 반조리된 곰탕을 제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김유영·박선희 기자 abc@donga.com
#곰국#대형마트#반값 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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