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오세요… 모두 코디 해드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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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비즈니스 캐주얼 뭘 입어야할지 모르시겠다고요?
■ 패션업계 ‘맞춤형 서비스’ 등장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7층 ‘로가디스 컬렉션’ 매장에서 김나라 제일모직 로가디스 디자인실장(가운데)이 옷을 갈아입은 한중섭(왼쪽), 김선영 대리의 옷차림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세 사람은 로가디스가 10월부터 시작하는 ‘슈어베트 프로모션’의 진행 과정을 직접 선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7층 ‘로가디스 컬렉션’ 매장에서 김나라 제일모직 로가디스 디자인실장(가운데)이 옷을 갈아입은 한중섭(왼쪽), 김선영 대리의 옷차림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세 사람은 로가디스가 10월부터 시작하는 ‘슈어베트 프로모션’의 진행 과정을 직접 선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중견기업에 다니는 정모 부장(42)은 최근 가을 정장을 사러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 갔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매장 안에 체크무늬 재킷, 와인색 바지처럼 화려한 캐주얼 정장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가 찾던 검은색 정장은 매장 한쪽에 몇 종류만 전시돼 있었다.

정 부장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려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예전과 달리 정장을 고르는 일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남성복이 급속히 ‘캐주얼화(化)’하면서 정 부장처럼 고민에 빠지는 직장인 남성이 늘고 있다.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근무복으로 권장하는 가운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관련 업체들은 이런 직장인 남성을 겨냥해 판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 잘 고르는 법을 고객에게 전파하는 ‘패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 골라주는 서비스 등장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7층 ‘로가디스 컬렉션’ 매장. 김나라 제일모직 로가디스 디자인실장을 비롯한 이 브랜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가디스가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전 매장에서 선보이는 ‘슈어베트(SureBet·어느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확실한 베팅을 일컫는 용어) 프로모션’을 시연하기 위해서였다.

‘슈어베트 프로모션’은 옷을 잘 입지 못하는 남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재킷 바지 신발 외투 가방 등을 일일이 어렵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매장 매니저와 상담을 한 뒤 로가디스가 미리 선정한 10가지 스타일 중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이곳 직원들이 도와준다. 김 실장은 “고객이 옷을 산 뒤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자신이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제일모직 직원인 한중섭 대리(33)와 김선영 대리(30)에게 ‘슈어베트’를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김 대리는 평소 힙합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 편이라 결혼식이나 공식행사 때 입고 갈 옷이 필요했다. 김 실장은 전형적인 정장 스타일에 무늬가 있는 셔츠와 타이가 곁들여진 1번 스타일을 권했다.

김 대리가 옷을 모두 갖춰 입고 나오자 두 번째 상담이 진행됐다. 옷이 몸에 잘 맞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등을 점검했다. “너무 딱딱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실장은 무늬가 없는 셔츠를 격자무늬 셔츠로, 실크 소재 넥타이를 면 소재로 바꿨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객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정통 정장밖에 모르는 모범생’ 소리를 들어온 한 대리는 3번 스타일을 추천받았다. 3번 스타일은 어깨 라인이 부드럽게 처리된 트위드(비교적 굵은 양모를 사용해 짠 모직물) 소재 재킷에 발목이 보이는 짧은 바지 차림이었다. 한 대리는 “평소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것 같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 고객 고민 덜어주고, 매출도 늘려

주요 백화점, 패션업체도 ‘옷 못 입는 남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3일 오후 4시 반∼6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 7층 남성 매장에서 패션에 둔감한 30, 40대 남성을 위한 패션쇼를 연다. ‘갤럭시’ ‘솔리드옴므’ ‘타임’ 등 8개 남성복 브랜드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가을·겨울에 유행할 비즈니스 캐주얼 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점포는 패션쇼에서 선보인 제품 등을 40∼70% 할인하는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 제안전’도 11∼13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8월부터 비즈니스 캐주얼을 처음 시도하는 고객을 위해 ‘쇼핑 가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패션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 고객과 상담하고,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은 매장별로 직원 한 명씩을 선정해 가이드로 지정했다.

LG패션의 정장 브랜드 ‘타운젠트’는 이번 가을 시즌 세트 제품을 정장, 비즈니스 캐주얼, 캐주얼 스타일로 각각 나눠서 선보였다. 고객들이 옷을 살 때 직장 분위기나 상황에 맞춰서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코오롱은 남성복 매장의 제품 진열 방식을 ‘캐비닛’(옷을 종류별로 진열) 방식에서 ‘카세트’(한 벌을 세트로 구성해 전시)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업체들은 이런 서비스를 통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매출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남성복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50대의 탈(脫)정장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기존 고객이 국내외 캐주얼 브랜드로 이탈하지 않도록 관련 상품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LG패션 타운젠트 마케팅담당 과장은 “재킷부터 가방까지 세트로 남성복을 팔면 매출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액)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기업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패션업계#로가디스#타운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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