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유연한 가속력·칼같은 코너링… ‘특유의 매력 살아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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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IS250’

15년 전이었다. 도요타가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통해 준중형 스포츠세단 ‘IS200(일본명 도요타 알테자)’을 출시하고 독일 고급차 메이커에 도전장을 던진 것. ‘타도 독일’을 기치로 내걸고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IS200은 도요타 엔지니어들의 자존심과 열망을 품은 모델이었다.

차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판매량에서 IS200은 독일 고급차를 넘어서진 못했다. 그럼에도 렉서스의 분투는 계속됐다. 2005년 2세대 IS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3세대인 ‘뉴 제네레이션 IS’를 선보였다. 15년 전에도, 지금도 경쟁 상대는 변하지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반드시 독일차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집념이 쌓인 차가 ‘뉴 IS’인 셈이다.

뉴 IS는 마치 ‘국화와 칼’ 같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외관은 전의를 가득 품고 있다. 차체 하단까지 이어진 공격적인 느낌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차체 곳곳의 화려한 장식선이 두드러진다. 측면 하단의 사이드스커트(공기저항능력을 높여주는 외관 부품)는 닿기만 해도 베일 듯 날카로운 꼬리를 치켜세웠다. 스포티한 후미등에 이르기까지, 구형 IS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외관은 강렬하지만 주행 성능은 렉서스만의 정체성을 추구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최고출력 207마력의 2.5L급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뉴 IS250’.

정숙성은 완벽에 가깝다. 어지간히 거친 주행이 아니라면 엔진의 날카로운 회전소리가 창문을 넘어 운전자의 귓속을 파고들 여지가 많지 않다.

주행감은 거칠고 역동적인 느낌보다는 깔끔함을 중시했다. 느리지 않게 확실히, 결코 갑작스럽지는 않은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콤팩트세단 등급에서 터보차저를 장착한 4기통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굳이 자연흡기 방식의 6기통을 고집한 것은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만큼은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크지 않았을까.

성능 측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링 성능과 주행 안정감이다. 운전자의 운전 실력 이상으로 정확하게 가파른 코너를 돌아나간다.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꽤나 적극적으로 개입해 오는 탓이다. 운전자의 의도를 좀 더 강조하고 싶을 땐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고속 주행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주는데, 이는 전자장비와 더불어 공기역학 측면을 강조한 외관 설계와 적절히 조율된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의 역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비는 L당 10.2km이다.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 차량의 특징은 측정된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행모드를 ‘에코(ECO)’에 두고 운전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공인 연비 이상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편의장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마크 레빈슨의 오디오 시스템, 앞좌석 통풍시트 등 큰 부족함이 없다.

안전장치로는 전면 범퍼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해 보행자 추돌 시 자동으로 후드를 열어 보행자가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팝업 후드’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가격은 4790만∼5330만 원으로 기존 구형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차는 일본차만의 매력이 있다. 뉴 IS는 굳이 독일차를 경쟁 대상으로 삼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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