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기업의 미래]화학부터 반도체·ICT까지… 중국공장, SK의 미래 책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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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중국 사업은 크게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로 구분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ICT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각각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건설된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과 SK종합화학의 합작 공장. SK 제공
SK의 중국 사업은 크게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로 구분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ICT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각각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건설된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과 SK종합화학의 합작 공장. SK 제공
SK그룹 계열사들의 중국 진출도 활발하다. 에너지 및 석유화학 분야는 안정궤도에 진입 중이다. SK는 현재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SK는 현지 수입 아스팔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면서도 고급 제품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 국유 석유기업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와의 다양한 합작 사업을 통해 에너지·화학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회사 D램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효자가 됐다.

중국 수입 아스팔트 시장 점유율 1위

SK는 1993년 3000t의 고품질 아스팔트를 수출하면서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중국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붐이 일어 수요가 급증하자 2006년 SK베이징아스팔트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10년 이후에는 중국 수입 아스팔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중국 내에 8개의 생산기지를 두는 등 현지화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스팔트의 누적 수출량은 1880만 t을 기록했다.

SK차이나 설립 후에는 특수공정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킨 고급 아스팔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슈퍼팔트’ 제품의 매출은 2009년 4억8000만 위안에서 2011년 23억 위안으로 2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통해 SK는 중국 내 수입 고급 아스팔트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ZIC’ 브랜드로 대표되는 윤활유 완제품 사업은 지난해 5월 중국 톈진(天津)에 8만 t 규모의 공장을 상업가동하면서 발돋움을 시작했다. 그동안 SK는 중국 내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배합한 윤활유 제품을 판매해 왔다. 그렇지만 톈진 공장 설립을 통해 현지에서 생산, 유통, 판매를 일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SK는 2015년 중국 내에서만 판매량 11만4000t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것은 현재 국내의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대기업들과 화학 합작사업 활발

화학 분야의 진출도 활발하다. SK는 2004년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손잡고 상하이(上海)에 연간 6만 t 생산 규모의 용제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2006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뒤 3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SK는 기존 SK이노베이션 사업부의 하나였던 화학사업부를 SK종합화학으로 분사한 후 상하이에 중국 지역 본사를 설립했다. 기존 울산 복합단지에 의존하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종합화학 중국 지역 본사는 지난해 2월 충칭(重慶)에서 중국 시노펙 및 영국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함께 부탄디올(BDO), 초산, 암모니아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복합단지 조성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6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3사는 연간 BDO 20만 t, 초산 60만 t, 암모니아 25만 t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투자비는 70억 위안 규모이며, 완공 이후 연간 20억 위안 이상의 세전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BDO는 스포츠용품에 쓰이는 스판덱스와 합성피혁, 폴리우레탄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다. 충칭 BDO 생산 공장은 중국 최대 규모로, SK는 이 공장이 중국 부탄디올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2006년부터 SK가 시노펙과 함께 추진해온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소재 나프타 분해설비 공장 건설은 중국 상무부의 최종 비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 기업이 중국 내 나프타 분해설비 사업에 최초로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80만 t 규모의 에틸렌을 비롯해 총 270만 t 이상의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기업이 성사시킨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SK 측은 “중국은 그동안 원유를 보유한 서구 메이저 회사나 산유국 기업에 한해서만 에틸렌 합작사업 참여를 선별적으로 허용해왔다”며 “중국 당국이 아시아권 기업의 합작 참여를 승인한 것은 SK의 사례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SK가 지난 40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일궈낸 결실이자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ICT는 차세대 성장동력

SK는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중국 사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시(無錫) 공장의 매출은 지난해 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 64억 달러 중 절반을 차지했다. 이 공장은 매달 15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한다. 이 웨이퍼로 만들어지는 D램은 전 세계 생산량의 11%에 이른다. SK 측은 “우시 공장은 20나노급 D램을 생산하는 등 중국 내 반도체 회사 중에서도 최첨단의 미세공정 기술을 갖췄다”며 “가격 변동이 심하고 수익성이 낮은 PC용 D램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D램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우시 공장은 특히 2010년 후공정 합작공장을 준공한 후 전·후공정 일괄생산체제를 갖춰 생산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2월 우시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시 공장이 있는 창장(長江) 강 삼각주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모두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생산성과 현지화를 통해 선전하고 있는 우시 공장은 해외진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SK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2003년 중국 내 해외 이동통신사업자 중 최초로 중국 국영 통신회사 차이나유니콤과 합작법인인 유니SK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이 법인을 통해 무선인터넷 분야 전반에 걸쳐 공동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08년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업체인 e-아이 가오신을 인수해 공공 교통과 물류, 기업용 GPS 플랫폼 판매, GPS 단말 판매, GPS 위치관제 서비스, 교통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초에는 e-아이 가오신과 SK플래닛이 합작벤처 조이나브를 설립해 중국 교통정보 서비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SK 측은 “향후 교통정보 콘텐츠 제공, 내비게이션 솔루션 개발 등 본격적인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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