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3차 명단 5인, 제기된 의혹과 해명 들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14시 44분


코멘트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0일 금융, 예술, 교육계 인사가 두루 포함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설립자 3차 명단을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김 전 사장의 부인 연극인 윤석화 씨,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트제이 대표,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등 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이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에서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다. 연극인 윤석화 씨의 남편인 그는 외환위기 이후 40대 초반, 한누리투자증권, 중앙종금 사장에 오르며 '금융계의 풍운아'로 불렸으나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배돼 2000년 8월부터 해외도피 중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석기 전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6개 회사에 이사·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199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1993년엔 배우자 윤석화 씨와 'STV아시아'를, 또 단독으로 'PHK홀딩스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이어 2001년에도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자토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혼자 혹은 부부가 함께 세웠으며, 가장 최근인 2005년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라는 유령회사도 설립했다.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 회사 설립 서류에 적힌 김 전 사장의 주소를 보면 한 채에 100억 원 가량 되는 홍콩의 한 아파트로 적혀 있다.

김 전 사장은 이와 관련 뉴스타파에 "페이퍼컴퍼니는 홍콩에서 일반화된 형태"라며 "외국 기업의 중국관련 사업을 컨설팅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사장의 부인인 연극인 윤석화 씨는 "남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주주로) 등재했다"며 "설립을 대행해준 변호사가 문제가 없다고 해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2000년 이후의 법인 3개는 김 전 사장의 해외도피 중 설립된 것"이라며 "중앙종금이 4000억 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문을 닫았지만 (전직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석기 전 사장이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라는 회사를 만들 때에는 부인 윤 씨뿐 아니라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도 김 전 사장과 '동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출신인 이들은 김 전 사장을 취재원으로 알게 됐으며, 김 씨가 해외로 도피한 이후에도 2006년까지 3~4차례 홍콩을 방문해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이 페이퍼컴퍼니에 등재된 시기는 2006년 8월 31일로, 김 전 사장 부부와 같은 날짜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이 전무는 삼성으로 옮긴 직후, 조 대표는 한 코스닥 업체 대표로 근무하던 시점"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뉴스타파에 "2005년 쯤 김 전 사장이 컨설팅 업체를 시작하려 한다며 이름만 걸어달라 부탁해 여권번호를 건네줬을 뿐"이라며 "이것이 페이퍼 컴퍼니인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날 "이 전무가 명의를 빌려준 시점은 2005년 6월로 삼성 입사시점(2006년 5월) 이전의 일"이라며 "삼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대표는 "홍콩을 몇 차례 방문해 회사가 사무실, 직원, 간판을 갖추고 실제 영업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등기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학재벌'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의 이름도 눈에 띈다.

전 총장은 그의 아버지인 재단 설립자 전재욱 씨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해외 도피하다 귀국해 처벌을 받은 시기인 2007~2008년 4개의 차명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경동대와 경복대 등 대학교 두 개를 설립한 전재욱 씨는 경복대와 동우대 교비로 골프장 부지를 사들이고 생활비·개인 신용카드 대금으로 사용하다 2005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도피했다. 2007년 9월 귀국한 그는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7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아들인 전 총장은 비슷한 시점인 2007년 6월 버진아일랜드에 '메럴리 월드와이드'를 설립했다. 이는 또 다른 유령회사인 '엑스코프' 등을 이사·주주를 내세운 페이퍼컴퍼니로, 회사의 이익이 모두 전 총장 본인에게 가도록 서류를 꾸몄다.

전 총장은 같은 해 싱가포르에도 '더블 콤포츠'란 페이퍼컴퍼니를, 버진아일랜드엔 자신의 이름을 딴 '전성용'이라는 유령회사를 세웠다.

또 2008년에는 '인적 자원관리 교육 연구소'란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 관련 서류에서회사 명의로 된 싱가포르의 OCBC 은행 계좌가 2개 발견됐다. 서류에는 계좌를 전액 전 총장이 관리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뉴스타파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던 시기가 재단 설립자 아버지가 도피해 있었던 시기와 겹친다"며 "전 총장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된 해외비밀계좌에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가 흘러갔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 총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행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교 측은 "전 총장 취임(2011년 5월) 이전의 개인적인 일로 대학 측은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전 총장 입장이 정리되면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