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 지혜]실권 없는 관리자는 왜 근시안적 판단을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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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중 하나는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이고 다른 하나는 1년 뒤에 사용이 가능한 12만 원권이다.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금액으로 따지면 12만 원권이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을 선택한다. 1년이란 유예기간 때문에 2만 원을 손해 보더라도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가치를 현재 가치보다 덜 쳐주는 현상을 ‘시간 할인’이라고 한다. 젊은이가 번 돈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데 사용하는 것도 시간 할인과 관련이 있다. 현재는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전혀 가치가 없는 전시 행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간 할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 할인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미래에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이익을 주는 옵션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권력이 없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중시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연구팀은 권력자(팀장)와 비권력자(팀원)의 시간 할인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했다. 참가자 73명을 팀장과 팀원으로 나눠 역할로 권력을 분배했다. 팀장과 팀원의 시간 할인 성향은 복권 선택 결과로 측정했다. 지금 12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과 1년 뒤 24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을 제시했다. 팀장들은 팀원에 비해 240달러짜리 복권을 더 많이 선택했다. 권력자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대안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로 추론할 때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권력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좋다.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과적으로 조직에 도움을 주는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는 일반 관리자는 사안을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서 장기적으로 조직에 손해가 가더라도 당장 위기를 모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위기 시에는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 비권력자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낫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관리자#근시안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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