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갑, 8년 먼저 닫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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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53세때 살림 긴축… 저소득층은 45세때 소비 줄여

한국의 가구들은 자녀 독립과 은퇴 준비로 가장(家長)의 나이가 52세를 지나는 시점부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소비가 줄어드는 시점이 앞당겨져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8년 일찍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은행의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소득층(소득 최상위 0∼30%) 가구가 소비를 줄이는 시점은 가장이 52.8세 때였다. 이때쯤 자녀가 독립해 지갑을 열 일이 줄고,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하면서 긴축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소비 감소 시점이 빨라져 중산층(소득 상위 30∼70%)은 52.2세, 저소득층(소득 상위 70∼100%)은 44.7세부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소비를 줄이는 시점이 고소득층보다 8.1년 빠른 것.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최하위 20%인 가구의 연소득은 가구주 연령이 30∼39세일 경우 937만 원이었지만 40∼49세는 930만 원, 50∼59세는 863만 원으로 하락했다. 중산층 가구의 경우 가장이 40∼49세 때 소득이 가장 높은 것에 비하면 일찍부터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저소득층일수록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것도 저소득층의 소비감소 시점이 앞당겨지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나승호 한은 조사국 차장은 “저소득층은 현재 벌이가 많지 않고 예상소득도 불확실한 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더 젊은 나이부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저소득층#살림#고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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