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에 사는 A 씨(50)는 2009년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접고 5000만 원을 대출받아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던 부인도 합류했다. 떡볶이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데다 본부에서 설비와 재료, 메뉴를 받아오면 한결 장사가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안이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 달 평균 1350만 원어치를 팔았지만 매출의 40%에 이르는 원재료비와 월세, 관리비, 인건비, 상환할 대출 원리금 등을 빼고 나니 수중에 남는 돈은 고작 160만 원 정도였다. 창업 초기 가맹본부는 “월 순이익 400만∼500만 원은 족히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허상이었다.
결국 인력을 한 명 줄여 월 순이익을 230만 원가량으로 끌어올렸다. 이젠 부인과 아주머니 한 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3, 4시까지는 A 씨가 가게를 지킨다. 1년에 설과 추석 딱 이틀 쉰다는 그는 “혹시 동네 임신부가 갑자기 순대가 먹고 싶어 찾아올 수 있다. 전기요금이라도 건질까 싶어 문을 못 닫는다”며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결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가맹본부 예상 매출액 뻥튀기
A 씨와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월평균 2376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이는 창업 초기 가맹본부가 고지한 예상 매출액보다 341만 원(12.5%) 적은 것이다. 가맹본부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창업자의 40%는 예상 매출액을 듣지도 못한 채 가게를 열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은 최근 외식업, 서비스업, 도·소매업 분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가맹점주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순이익은 464만 원이지만 하위 30%에 속하는 점주들은 한 달에 89만 원을 버는 데 그친다. 특히 외식업종 하위 30%는 한 달 순이익이 평균 66만 원에 불과해 생활비 대기도 빠듯한 ‘워킹 푸어’로 전락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은 “프랜차이즈 평균 창업비용이 1억7828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작정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간 투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빚만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상위 30%의 월 순이익은 977만 원으로, 하위 30%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 경쟁점포는 창업 때보다 0.74개 늘어
같은 상권의 경쟁 점포는 날로 늘어 영업환경도 악화되는 실정이다. 조사 결과 가맹점주가 체감하는 상권 내 경쟁 점포는 4.33개였다. 이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보다 0.74개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 씨는 “같은 대학가에 동일 브랜드 점포가 4곳이나 있다”며 “사실상 제살 깎아먹기”라고 푸념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판촉행사 비용을 떠넘기거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도 잦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외국계 편의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각종 기념일엔 본사가 임의로 선물세트를 내려 보낸 뒤 안 팔린 제품은 반품도 해주지 않아 그냥 버리기 일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계약서가 지나치게 복잡해 본사와 가맹점주가 수익을 배분하는 기준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본사는 수익의 40%를 점주에게 준다고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에는 30%도 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외식업 가맹점주들은 본부에서 메뉴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불만도 있다. A 씨도 스스로 김치볶음밥과 닭강정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는 “인테리어비로 5000만 원을 들였는데 하수구가 막혔다고 해도 고치러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정부의 프랜차이즈 지원책은 대부분 체인본부를 도우면 가맹점들이 그 덕을 볼 걸로 예상하고 만들어졌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가맹점주 스스로 계약서 조항을 따지기 어려운 만큼 예비 창업자의 계약을 컨설팅해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이라도 본사에서 대체인력을 지원해 가맹점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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