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북 한권만 구할 수 없을까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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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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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만든 구직자 다이어리, 취업준비생 필수품 떠올라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로비에서 현대차 인재채용팀 홍래욱 과장이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제작한 ‘H북’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로비에서 현대차 인재채용팀 홍래욱 과장이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제작한 ‘H북’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우편배달을 기다리다 못 참고 취업설명회에 가서 받아 왔어요. ㅠ.ㅠ”

“한 권만 구할 수 없을까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현대자동차 채용 페이지와 포털사이트의 취업 커뮤니티에 구직자들이 올린 글이다. 어떤 책이기에 이들이 그리도 간절하게 구하는 것일까.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에 맞춰 현대차가 취업준비생을 위해 제작한 ‘H북’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가 취업설명회 등을 통해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H북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채용 관련 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이어리다.

기업의 일반적인 홍보책자와 달리 H북은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젊고 참신한 느낌이 들게 제작됐다. 선배 입사자들의 합격 수기와 직무 소개는 ‘포토툰’(그림 대신 사진을 사용한 인터넷 만화) 형식으로 꾸몄다. 채용과정에 대한 설명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부족합니다. 좌절하지 마세요”, “적성검사 찍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같은 발랄한 문체를 썼다. 페이지 마지막 장에는 “오타를 발견하면 피식 웃어 달라”는 당부도 들어 있다. 가격은 “현대차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이라고 적고 있다.

H북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체의 채용정보도 담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등 국내 15대 기업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15곳의 채용 관련 웹사이트 주소를 정리해 실었다. 또 다른 기업들의 로고가 찍힌 스티커를 첨부해 사용자들이 취직 일정을 보기 좋게 관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구직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H북을 처음 내놓은 지난해 하반기 5000부를 제작했다가 닷새 만에 동이 났다. 올해는 1만2000부로 늘려 이달 초 배포했는데 역시 일주일 만에 모두 나갔다. H북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들의 추가 배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현대차 측은 전했다. 심지어 다른 기업에서도 “내부 참고용으로 책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문의해 온다고 한다.

H북을 제작한 홍래욱 현대차 인재채용팀 과장은 “2011년 캠퍼스 채용설명회에 나갔을 때 학생들이 버리고 간 기업 홍보책자가 수북이 쌓인 걸 보고 ‘어떻게 학생들이 원하는 책자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취업준비생의 심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 인턴사원들과 논의해 취업 준비를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 같은 책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의 채용정보를 담는 것에 대해서는 사내에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홍 과장은 “실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를 설명해 직장 상사와 다른 기업의 양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H북#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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