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대 주주 갈등봉합… 코레일이 사업주도권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 새 국면 맞은 용산개발 사업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부도 초읽기’ 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다. 용산개발의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증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고 1, 2대 주주 간 갈등도 2대 주주의 양보로 봉합됐기 때문이다.

자칫 좌초할 뻔했던 건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은 이로써 큰 고비를 넘긴 셈.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정권’에 들어선 건 아니다. 드림허브 이사회 멤버들이 증자를 하겠다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책임질지를 두고 여전히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실상 공공개발로 전환

드림허브 이사회는 28일 1조 원인 자본금을 5조 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늘어나는 자본금 4조 원은 코레일이 2조6000억 원을 책임지고 민간 출자사들이 1조40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증자에 성공하면 공기업인 코레일은 드림허브의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1대 주주인 코레일이 보유한 드림허브 지분은 25%에서 57%로 높아져 사업은 사실상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전환된다. 반면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보유 지분이 15.1%에서 3%로 낮아져 영향력을 잃게 된다.

용산 개발은 2006년 12월 사업자를 공모하며 첫 출발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에는 코레일을 비롯해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 건설사 17곳과 KB자산운용 푸르덴셜 등 금융사까지 총 30곳이 주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자본금 1조 원을 비롯해 운영자금 3조 원 등 총 4조54억 원을 썼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개발 방식과 지분 문제로 다툼을 벌이면서 삐걱대기 시작했고 이달 12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날 위기였다. 코레일과 대립하던 롯데관광개발이 전격적으로 코레일의 증자 요구를 수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드림허브로부터 실무를 위탁받아 사업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45.1%를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에 양보하기로 하면서 코레일은 드림허브의 대주주에 올라서는 것만이 아니라 용산역세권 개발도 이끌게 돼 명실상부하게 용산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 증자 성공 여부는 ‘안갯속’

현금이 바닥난 드림허브는 12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59억 원을 막아야 하는 등 이달에만 총 300억여 원이 필요하다. 이달은 궁여지책으로 넘긴다고 해도 다음 달에도 계속 어음이 돌아와 증자 및 운용자금 충원이 긴급한 상황이었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한류의 메카가 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40만 명에게 새로운 일터를 제공하고 82조 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 6년간 개발을 기다려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더이상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증자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건설경기 악화로 민간 출자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사 가운데 증자에 나설 여력이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주주들은 삼성물산이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1조4000억 원을 단독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모든 출자사가 출자비율대로 증자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며 “하지만 단독 증자는 할 여력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의 동참 없이는 계획된 증자에 참여하지도 않고 지급하기로 한 빌딩 계약금도 내놓지 않을 방침이다.

장윤정·정임수 기자 yunjung@donga.com
#용산개발#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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