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근 수펙스추구협 의장
“채용도 작년수준 7500명 계획… 최태원 회장 부재에 집단경영
단기적으론 큰 문제 없겠지만 사회적기업 육성 차질 우려”
“내 역할은 지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는 것입니다.”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김 의장은 총수경영 탈피를 선언한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해 올 초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말 최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김 의장의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는 “투자를 움츠리면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올해 SK그룹이 16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75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처음 밝혔다.
김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6개의 위원회를 통한 집단경영을 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쌓은 경륜을 갖고 빈 구멍을 메우고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런 자세로 위기를 극복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총수경영 탈피를 결정한 데 대해서는 “그룹이 성장하면서 더이상 한 사람이 일목요연하게 끌고 가는 강한 리더십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졌다”며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는 집단지성이 그룹 경영에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체제를 바꾼 것이 최 회장 구속에 대비한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서는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두 일이 겹쳤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고민하고 실험한 결과물”이라며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가치 30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단기간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눈앞의 사업에 치중하는 전문경영인만으로는 그룹을 오랫동안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최 회장은 사업 의사결정과 인사권은 각 계열사에 넘겨주고 자신은 장기적 글로벌 성장만 맡겠다는 방식으로 전문경영인들과 역할을 분담할 계획이었다.
김 의장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임기 2, 3년짜리 전문경영인과 10년짜리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겠느냐”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미흡함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 회장이 공들여온 사회적 기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은 물론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한 장기적인 인재 육성,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지원, 미소금융 등의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지금의 SK를 만든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에는 지난해 실제 투자액 15조1000억 원보다 10% 늘어난 16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채용도 작년 수준인 7500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 등 기존 사업은 물론 해외 자원개발 투자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고졸 사원도 지난해와 같은 2400명을 뽑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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