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2012 경영과 예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위르겐 파우스트 독일 매크로미디어대 학장,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1세기는 ‘문화 예술의 시대’다. 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한 발상이나 기존 사고의 틀을 타파하는 창의적 접근법은 이제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공에도 큰 역할을 한다. 경영이 예술과의 만남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의 영역에 예술의 원리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주관한 ‘2012 경영과 예술 콘퍼런스’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DBR 119호(12월 15일자)에 실린 콘퍼런스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경영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예술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 기업의 목표는 매출 극대화였지만 최근에는 장수, 사회발전, 종업원 행복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 예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경영자들이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위르겐 파우스트 독일 매크로미디어대 학장은 “21세기 경영 환경은 복잡성이 극도로 높고 비즈니스가 갖는 영향력도 막강해졌다”며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인데 이때 예술이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의 세 가지 요소로 꼽은 파토스(감성), 에토스(신뢰), 로고스(논리)를 소개하며 예술을 통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파토스와 에토스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자가 감성이나 신뢰라는 가치를 무시하면 사회적 책임이나 소비자에 대한 배려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예술에서 중시하는 파토스와 에토스를 활용해서 로고스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앤 번스타인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연구소 교수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예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일화를 소개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한 오페라 공연을 후원했다. 당시 사람이 많이 몰려 주차가 어려웠다. 렉서스는 자사 고객들이 오페라하우스 주변에 렉서스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공연 티켓을 보여주면 주차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연 중간에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쿠폰도 제공했다. 렉서스의 이 같은 배려는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번스타인 교수는 “소비자는 ‘오늘은 오페라를 보고 내일은 자동차를 사야지’라며 각각의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경험과 느낌이 합쳐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예술을 통해 이 과정에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예술은 경영 혁신의 촉매제
김소영 숙명여대 교수는 예술과 경영을 결합한 아트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에 자리 잡은 히스맨 호텔은 ‘자는 동안 예술에 기부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주말 방 수입의 1%를 모았다. 적립된 금액은 예술단체에 후원했다. 예술가들은 감사의 뜻으로 이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예술 작품을 기증하곤 했다. 그 작품들이 방마다 전시되면서 이 호텔은 자연스럽게 갤러리 호텔로 변했다.
명품업체 프라다는 쇼핑센터를 아예 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도쿄에 세워진 에피 센터가 대표적이다. 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콘서트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종업원 관리에도 예술을 활용할 수 있다. 유니레버가 대표적이다. 유니레버는 유니와 레버,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조직 간 이질감이 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고 담당자를 둬서 조직원들이 함께 연극, 음악, 미술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유니레버 회장이 경기침체로 광고비를 줄여도 이 비용은 줄이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다.
체이스스테드는 영국의 작은 금속가공 회사다. 이 회사는 내부 자투리 공간에 금속공예가를 무료로 입주하게 하고 남는 재료로 작품을 만들게 했다. 남는 재료가 작품이 되는 것을 보고 근로자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됐다.
밀러 맥주와 필립모리스 담배를 판매하는 앨트리아 그룹은 술과 담배를 판다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 사회 오페라단이나 앤디 워홀 같은 예술가를 지원해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 고객 마음 움직이려면 진정성 갖춰야
예술과 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은 “예술이 상업성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며 “두 영역 간 경계 설정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100달러 증가할 때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412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총 수출액에서 문화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추산치 역시 2.2%에 그치고 있다.
‘점프’라는 넌버벌 퍼포먼스를 기획해 전 세계 60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 김경훈 ㈜예감 대표는 “노래든 공연이든 어떤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해당 국가와 문화에까지 관심이 확장된다”며 “전 세계 소비자를 무장 해제시키는 능력, 이것이 문화 예술의 힘”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기업이 예술을 경영의 한 축으로 가져가고자 할 때 ‘진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예술을 활용하는 행위가 지속성, 일관성, 공공성을 갖고 있어야 진정성이 확보된다”며 “진정성이 없으면 고객이나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8호(2012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P&G는 CEO 사관학교
▼ 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
이베이 사장을 지낸 멕 휘트먼,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장 제프리 이멜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들의 첫 직장이 모두 P&G였다는 사실이다. P&G는 설립 초기부터 유능한 사람들을 채용해 공정하게 대우하고, 각 개인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천할 기회를 부여하며, 미래를 설계하도록 도움을 주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는 오늘날 P&G가 내로라하는 수많은 경영자들을 배출하며 ‘인재 사관학교’라 불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CEO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인재 육성 시스템 및 이를 지원해주는 문화와 가치가 회사 안에 잘 정립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CEO는 그리 많지 않다. 인재 육성을 탁월하게 하는 조직들의 노하우에 대해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분석했다.
군주론은 생계형 이력서?
▼ Revisiting Machiavelli
군주론을 오독(誤讀)하고 있는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마키아벨리가 체사레 보르자를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로 봤다고 단언한다.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1차 독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가 보르자처럼 교황의 혈족이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보르자를 띄웠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메디치 가문을 잡기 위해 설치한 기만의 덫이었다. 산탄드레아의 시골집에 유폐된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한 통로가 메디치 가문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았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군주론을 썼다. 그래서 군주론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군주론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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