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장애인들이 이끌어갑니다. 일처리가 꼼꼼하고 부지런한 데다 정직하기 때문에 불량률이 거의 없죠. 이들은 우리 회사 성장의 비결이자 없어서는 안 될 알토란같은 존재입니다.”
위생 종이컵을 기획, 생산하는 용호산업의 지민규 사장(50·사진)은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우리는 전체 직원 89명 가운데 30명이 장애인”이라며 단호한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학교, 기업 등에 종이컵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장애인 직원들의 맹활약으로 지난해 17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동종업계 최고 회사로 우뚝 섰다.
한 중견기업에서 10년을 일한 뒤 2000년 8월 용호산업을 설립한 지 사장도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에 앞장섰던 것은 아니다. 2003년 6월 청주 혜원사회복지관이 청각장애인 2명을 채용해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지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들과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당장 부족한 일손을 덜기 위해 고용했다.
우려와는 달리 생산라인의 소음이 그들에게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데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한 모습에 지 사장은 놀랄 정도였다. 그 후 계속해서 장애인 채용을 늘린 것이 어느덧 30명이 됐다.
지 사장은 청각장애가 있는 직원들을 위해 공정이나 제품의 문제를 소리 대신 불빛으로 알려 주는 기계를 들여오고, 수화(手話)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우선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2008년 국내시장 점유율 20%로 국내 최대의 종이컵 생산업체가 됐지만 바로 그해 용호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종이컵 제품 원가에서 가장 비중이 큰 펄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용호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해외 수출로 눈을 돌렸다. 해외박람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1년 동안 수출의 문을 두드린 끝에 2009년 17억 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그해 직원은 40명에서 81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 사장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종이컵으로 2010년 500만 달러(약 54억 원)어치를 수출했다”라며 “저가 공세를 펴던 중국 업체보다 나은 품질로 일본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에는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도 수출을 늘릴 것”이라며 “장애인 채용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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