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환율 하락에 잇단 구두 경고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 좀 과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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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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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폭 넓히다 1085.9원 마감 “내주 추가규제 발표할 수도”

정부가 최근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대해 공식적인 구두개입에 나섰다. 또 “움직임을 부추기는 딜러가 있다”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내놨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이날 오전 9시 50분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박재완 장관이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 발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개입 의사를 밝힌 것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정부의 우려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떨어진 달러당 1081.5원에 개장해 장중 1080.2원까지 떨어지면서 1080원 선을 깰 태세였다.

또 최 차관보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수출입업체들이 결제를 미루고 있다”며 “이런 일을 부추기는 딜러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달러 환율의 쏠림현상이 계속되면 다음주에라도 추가 규제를 발표할 수 있다”며 “최근 실시한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외환 공동검사 결과를 보고 선물환포지션 한도 조정 같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물환포지션은 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은행세)과 함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불린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축소하면 일반적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다른 조치와 달리 법령에 손대지 않아도 돼 정부가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카드다.

최 차관보는 최근 환율 상황에 대해 “주요 통화 중 우리나라 통화의 절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환차익을 기대한 자본유입이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완화하거나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085.9원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연중 최저점(1082.2원)을 경신한 뒤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으로 이틀째 상승한 것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환율#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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