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틈탄 ‘얌체예산 끼워넣기’ 차단”

  • 동아일보

■ 총리-朴 재정 “적극 대처”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무리한 입법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 대선 정국을 틈타 일부 국회의원이 지나치게 많은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지역구의 민원성 법안을 내는 것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 법안 심의와 관련해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 등 법안심사 과정에 과장급 이상이 참여해 과도한 재정이 수반되는 법안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김황식 국무총리도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일부 법안이 원칙에 어긋나거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얌체법안’ 들이밀기는 점입가경(漸入佳境) 국면에 들어선 상태이다. 대전에 지역구를 둔 강창희 국회의장을 포함한 의원 6명은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도청 이전에 따른 청사 신축비, 용지 매입비 등을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홍성·예산에 걸쳐 자리 잡은 내포신도시로,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의 신도시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재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1조 원씩 7년간 7조 원의 재정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요 국제체육대회 행사시설의 신·개축 비용을 국가가 더 지원하는 법안도 상정돼 있다.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을 치를 경기장 신·개축 비용을 정부가 75% 이상, 도로 비용은 70% 이상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13년부터 3년간 1조775억 원의 추가 재정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여야 의원 55명이 이 법안의 발의자로 참여해 세를 과시하고 있는 양상이다.

시 관내에 위치한 국도의 관리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로 넘기는 법률 개정안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으로는 국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개정안이지만 도시 간 연결도로의 건설과 관리는 국가가, 도시 관통도로는 지자체가 각각 책임을 지게 한 재정분담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향후 5년간 정부가 부담해야 될 돈이 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여론이 대선에 쏠린 틈을 타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지역구를 위한 선심성 법안을 내놓고 있다”며 “호화 청사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 지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중앙정부에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황형준·이상훈 기자 constant25@donga.com
#얌체예산#민원성 법안#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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