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역시… 기능줄여 가격낮춘 상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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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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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버전스 제품이 뜬다

전단 가격 보고 왔는데… 또 할인 불황이 깊어지면서 싼 물건을 찾아 발품을 파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간 벌인 돼지고기 할인행사에서는 평소 두 달 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460t이 팔렸다. 이마트 제공
전단 가격 보고 왔는데… 또 할인 불황이 깊어지면서 싼 물건을 찾아 발품을 파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간 벌인 돼지고기 할인행사에서는 평소 두 달 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460t이 팔렸다. 이마트 제공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대형마트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점포인 이마트 은평점은 올해 들어 늦은 저녁시간대에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생선과 청과류 등 신선식품 가격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떨이 세일’이 매일 오후 9시를 전후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원종곤 이마트 은평점 신선식품팀장은 “과일과 일부 인기 생선류는 직원들이 할인판매가격표를 붙이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이런 노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마트 전국 점포에서 오후 8시 이후 매출이 하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34.5%로 지난해의 26.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 가격 거품 뺀 상품 인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다는 점은 디버전스(divergence) 상품이 인기를 끄는 데서도 확인된다. 디버전스 상품은 불필요한 부가 기능을 최소화하고 핵심 기능만을 남겨 가격을 낮춘 제품을 가리킨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8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자사브랜드(PB) 제품인 ‘스위스 밀리터리 등산배낭’(28L 용량)은 디버전스 상품의 인기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이 배낭은 불필요한 주머니 수를 줄여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배낭 아래쪽 주머니에 방수커버를 일체형으로 붙여 원가를 낮췄다. 값은 일반 브랜드 배낭에 비해 40%가량 싼 2만4800원. 이 배낭은 11일까지 25일간 약 4000개가 팔려나갔다. 롯데마트의 한 달 평균 전체 등산배낭 판매량 3000개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릴 건조 등 부가 기능을 모두 빼버리고 점화 기능만 남긴 이마트의 저가형 가스레인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존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절반 수준인 4만9000원에 선보인 이 가스레인지는 판매를 시작한 직후부터 가스레인지 제품 가운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럼세탁기에 밀려 한동안 퇴물 취급을 당했던 ‘통돌이’ 세탁기도 최근 인기가 높아졌다. 같은 용량의 드럼세탁기에 비해 최대 40만 원가량 싼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통돌이 세탁기 판매량이 드럼 세탁기의 두 배 수준”이라며 “매장에서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통돌이 세탁기를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싼 것만 찾는 소비자를 잡아라”


대형마트업계의 생필품 할인판매 행사 때마다 매장 안팎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도 불황이 낳은 풍경이다.

이달 초 대형마트업계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전국한우협회와 함께 벌인 한우 할인판매 행사는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오전 7시부터 매장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서자 추운 날씨를 감안해 평소보다 개점 시간을 한 시간가량 앞당길 정도였다.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 동안 한우 할인판매를 진행한 롯데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진행한 할인행사 때보다 8배가량 높은 매출을 올렸다.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싼 PB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올해 들어 냉동만두 식빵 우유 잼 등 식음료는 물론이고 빨래건조대, 고무장갑, 복사용지, 애견용 껌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PB제품이 기존 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1000∼5000원대 저가 생활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다이소는 불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경우다.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는 대형마트업계조차 올 들어 매출이 2∼4% 줄었지만 다이소는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종이컵 건전지 물티슈 복사용지 등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품목인 데다 값싼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다.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아 몰리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가격경쟁에 목숨을 거는 분위기다. 주목을 받기 위해 김장배추 방한용품 등 매년 진행해온 계절상품 할인판매 행사 시점을 예년보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씩 앞당기는 것은 기본이다. 광고전단을 배포한 이후에 경쟁업체 가격이 더 낮게 책정된 것을 확인하고 추가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대형마트#디버전스#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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