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대기업 - 농부가 기술 공유… 이게 CSV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 CSV 미래경영연구회 1회 강좌

DBR 그래픽
DBR 그래픽
많은 기업이 연말연시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명성이나 신뢰도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은 이런 환경에서 바람직한 기업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CSV 미래경영 연구회’를 창립했다.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는 경영전략 분야의 석학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도요타가 연료 소비를 줄여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의 이익에도 도움을 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했듯이 기업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회 1기에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김영기 LG 부사장 등 학계, 업계, 공공 분야 전문가 48명이 참여했다. 1회 강좌인 이남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강연 내용 전문은 DBR 116호(11월 1일자)에 실려 있다.

○ 대기업과 농부가 기술을 공유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보통 매출액의 1% 정도를 반강제적으로 사회공헌사업에 쓰고 있다. 어려운 가정을 돕고, 저소득층에 연탄을 주는 등 기업의 주요 사업과 거의 관계없는 부문에서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반면 포터 교수가 주장하는 CSV는 기업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CSV가 기존 CSR 활동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개발도상국 농부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생긴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활동이 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보통 10% 정도 비싸게 사준다. 전형적인 CSR 활동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지 농부들의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양질의 원재료를 다량으로 확보하기 힘들다. 그런데 식품회사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코코아 생산, 인도에서의 우유 생산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새 품종과 농사짓는 기술, 가공 기술 등을 현지 농부들에게 전해줬다. 그러자 현지 농가의 수입은 300%가량이나 늘어났다. 네슬레도 양질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회와 기업에 모두 좋은 혁신을 하자는 것이 바로 CSV다.

○ CSV를 이루는 세 가지 방법

기업과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상품과 시장의 재구상(reconceiving products & market)이다. 탐스라는 신발 브랜드는 ‘One for one’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가 생길 때부터 신발을 한 켤레 팔면 한 켤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해왔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소비자들이 투명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탐스는 브랜드 가치를 올렸다.

우리나라에도 현대캐피탈의 ‘드림실현 프로젝트’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서부컴퓨터세탁’이라는 작고 낡은 동네 세탁소를 돕기 위해 현금 대출 대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 디자인 역량을 이용해 점포를 획기적으로 바꿔주었다. ‘닥터 버블’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어줬고 세탁서비스 전반을 개선하는 컨설팅도 했다. 이후 동네 세탁소는 매출이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20여 곳에서 프랜차이즈 개설을 제안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현대캐피탈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영세상인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줬다.

두 번째 방법은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redefining productivity in the value chain)하는 것이다. 일상적 기업 활동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이슈가 제기된다. 기후변화, 공정거래, 근로자 역량강화, 안전, 산업보건위생, 물, 에너지의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GE는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아예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이에 맞게 바꾸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세 번째 방법은 지역 클러스터의 구축(enabling local cluster development)이다. 기업이 지역 경쟁력도 강화시켜 줄 수 있다. 전주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으려다가 ‘동네 원룸이 다 망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그래서 학교는 주민과의 타협안으로 정문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기숙사를 지었다. 그 결과 학생 2000명이 기숙사에 입주하면서 지역 비즈니스가 활성화됐고 세탁, 주차 서비스 같은 새로운 고용창출도 이뤄졌다. 학교와 학생, 주민이 모두 만족했다.

CSV는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이 해소되고 대타협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6호(2012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코코넛 위기’ 어떻게 빠져나올까

▼ 스페셜리포트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발생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위기를 ‘코코넛 위기(Coconut Crisis)’라고 한다. 열대지방에서 코코넛에 머리를 맞는 것에 빗댄 용어다. 2008년 발생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코코넛 위기는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일단 발생하면 그 환경에 속한 대다수 조직 및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영향력이 세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다. 그만큼 코코넛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DBR는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에 코코넛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론과 정보기술(IT) 시스템 운영전략, 위기 발생 시 커뮤니케이션 시나리오 등을 담았다.


온라인 시장도 입지가 좌우한다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온라인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전에는 책이나 CD처럼 제목과 페이지 수, 내용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 주로 팔렸지만 최근에는 의류나 고급 식료품 등 직접 살펴봐야 할 것 같은 제품들도 온라인 시장에서 인기를 모은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에서도 어디에 입지를 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활성화된 곳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작고, 온라인 판매에서도 입소문은 여전히 중요하며, 온라인일수록 틈새 겨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온라인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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