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옷사니?… 난 포인트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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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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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 받는 포인테크族


한 여성이 화장품을 산 뒤 매장 직원에게 멤버십 카드를 건네고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 제공
한 여성이 화장품을 산 뒤 매장 직원에게 멤버십 카드를 건네고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 제공
맞벌이 주부 김소연 씨(31)는 토요일인 20일 하루 동안 멤버십 포인트 7975점을 모았다. 아침에 친구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신 뒤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식사 후에는 서점에서 조너선 프랜즌의 소설 ‘인생수정’을 샀다. 집에 가는 길에 제과점에서 빵을 산 뒤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 100’을 사니 200포인트, 1kg들이 ‘곰표밀가루’에 50포인트, ‘포스트라이트업 시리얼’을 구입해 100포인트가 쌓였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저녁은 남편과 간단히 햄버거로 때웠다.

이렇게 하루 동안 김 씨는 26만3830원을 썼지만 멤버십 포인트로 7975점을 쌓을 수 있었다. 포인트가 적립되는 매장만 찾아다녔고 매번 꼼꼼히 포인트를 챙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평소 모아놓은 포인트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티셔츠나 자녀 옷을 산다”며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을 찾는 것뿐 아니라 포인트가 적립되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쇼핑 노하우”라고 말했다. 평소에 멤버십 포인트를 알뜰히 모아 현금처럼 사용하는 ‘포인테크족’이 주목받고 있다. ‘포인테크’는 ‘포인트’와 ‘재테크’를 합성한 말이다.

○ 불황에 포인트 결제 증가


최근 현금 대신에 멤버십 포인트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분기별 OK캐쉬백포인트 이용 실적을 조사한 결과 작년 4분기(10∼12월)부터 포인트 사용량이 적립량보다 많아졌다.

2010년부터 작년 3분기(7∼9월)까지만 해도 포인트 사용량은 해당 분기 적립량의 95∼99%였지만 4분기에 104%로 사용량이 적립량을 처음 넘어섰다.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도 각각 107%, 106%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OK캐쉬백 측은 “전에는 소비자들이 나중에 소비할 때를 대비해 포인트를 쌓아두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엔 지금 당장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적립된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20대 여성 포인테크족이 크게 늘었다. 면세점에서 OK캐쉬백포인트를 적립한 전체 소비자 중 20대 여성의 비중은 2009년 상반기 11.1%에서 올해 상반기 23.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포인트로 결제한 소비자 중에서 20대 여성의 비중도 14.9%에서 29.9%로 증가했다. 대형마트, 백화점에서도 20대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포인트 적립량 대비 사용량 비중은 4월 108%로 100%를 넘어선 데 이어 6월 133%, 8월에 174%로 급증했다. 대상이 운영하는 식품 온라인몰 ‘정원e샵’에서도 9월 한 달간 포인트 사용액이 1425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적게 내고 싸게 산다

1980년대에 등장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카드와 1990년대 정유업체의 주유소 전용 적립카드가 초창기 포인트 카드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멤버십 포인트가 2000년 SPC그룹이 자사 외식매장에서 쓸 수 있는 ‘해피포인트’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포인트 카드를 도입했다.

최근엔 ‘스마트월렛’이나 ‘엠포켓’ ‘아이멤버십’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더욱 편리해졌다. 본인 인증만 거치면 여러 종류의 포인트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휴대전화에서 바로 조회해 쓸 수 있다.

포인테크족을 겨냥해 업체들은 포인트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OK캐쉬백은 캐쉬백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45∼75%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판매한다. GS앤포인트는 ‘프라임클럽’이라는 웹사이트에서 2만 포인트를 차감해 유료 회원으로 등록한 회원들에게 1년간 외식, 영화, 레저, 주유쿠폰 등을 할인 판매한다.

파리바게뜨는 12일을 ‘디저트 데이’, 13일을 ‘브레드 데이’로 정하고 해피포인트가 있는 고객에게 제품을 20∼30% 할인해준다. SPC그룹 측은 “불황에 포인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 포인트 제휴처를 대한항공, AJ렌터카, 옥션, 에버랜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포인테크족#멤버십#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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