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다케다제약 회장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는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의 격언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기술적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제약업계에 주는 답이자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을 동시에 나타내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다케다제약 제공
“한국 제약회사들은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신약을 출시한 경험이 없는 데다 규모가 작습니다. 서로 협력해 기업의 덩치와 내수를 키우지 않으면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제약회사들에 잡힐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아시아 1위, 세계 12위 제약회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66) 회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제약업계에 이같이 쓴소리를 했다. 1781년 오사카 도쇼마치(道修町)의 약품상에서 출발한 다케다제약은 감기약 ‘화이투벤’을 비롯해 세계 1위 당뇨병치료제 ‘액토스’, 골다공증 치료제 ‘에비스타’ 등을 대표 제품으로 갖고 있다. 작년 4월에는 한국다케다제약을 설립했다. 2016년까지 한국에서 10위 이내 제약회사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는 글로벌 제약업체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연구개발(R&D)과 기업 규모를 꼽았다. “최근 R&D의 트렌드는 외부 기관이나 대학, 정부기관과 공동으로 투자하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제약사가 되려면 매출이 50억 유로(약 7조2000억 원), 영업이익이 10억 유로는 돼야 합니다.” 다케다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20조9737억 원으로 국내 1위인 동아제약 9073억 원의 23배에 이른다.
다케다제약은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2009년 미국 항암전문기업 밀레니엄, 작년 스위스 제약회사 나이코메드, 이달에는 미국 백신 특화기업 리고사이트를 인수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일본, 미국, 유럽 시장이 세계의 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중국과 인도 때문에 비중이 60%로 줄었다”며 “향후 미래 신약 분야는 항체기술이나 치료용 백신 등 바이오 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세가와 회장은 1970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2003년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그는 다케다제약의 인재관에 대해 “스펙보다는 성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케다제약이 원하는 직원은 노력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특히 임원이 되고자 한다면 말단 직원에서 출발해 관리자를 거쳐야 하고 다양한 해외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케다제약의 경영철학인 ‘다케다이즘’을 소개하며 “제약회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약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것이 231년간 회사가 생존해온 원칙이자 인재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해당하는 경제동우회의 대표간사도 맡고 있는 하세가와 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빠른 경제 성장과 에너지를 보면 20, 30년 전의 일본을 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경제인구와 역동성이 함께 감소한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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