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 어업쿼터 박탈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러 EEZ서 게 불법 어획… 한-일 계속 묵인땐 조치”

러시아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으로 잡힌 게를 한국과 일본이 수입하고 있다며 EEZ 쿼터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올해 러시아에서 할당받은 쿼터는 명태, 오징어 등 6만2000t으로 경고가 현실화되면 국내 수산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안드레이 크라이니 러시아 수산청장은 17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과 한국이 러시아 EEZ 내에서의 불법 조업을 계속 묵인한다면 두 나라와 맺은 모든 협정과 EEZ 쿼터 배당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캄보디아, 조지아 등의 선적을 둔 어선들이 불법 조업한 게를 일본이 매달 300∼600t씩 수입한 뒤, 이 가운데 상당량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조업으로 잡힌 게가 일본이 합법적으로 잡은 게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라이니 청장은 “한국과 일본에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불법 조업 문제가 근절되지 않아 (쿼터 배당 중단) 조치를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한국에 대해서는 러시아 수산청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가 없으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되는 게의 수입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수산당국은 통상 수입 절차상 일본에 이 같은 요구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매년 러시아와 협상을 해서 쿼터를 할당받고 있다. 올해 받은 쿼터는 명태 4만 t, 오징어 8000t, 꽁치 7500t, 대구 4450t 등 모두 6만2000t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다음 달 어업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러시아 측이 쿼터 배당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올 경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내 수산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협상을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가기 위해 일단 경고부터 하고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러시아#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