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80개 나라에 수출… 가장 한국적인 것, 세계서도 통하다

농심

농심은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싸이를 ‘신라면블랙컵’의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를 내세워 신라면블랙컵을 세계 최고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싸이가 출연한 광고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방송되고 있다. 이처럼 신라면을 비롯해 신라면블랙, 신라면블랙컵으로 불리는 ‘신라면 3총사’는 최근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식품한류’를 이끌고 있다.

○ 신라면 3총사의 인기비결은 한국의 맛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라면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맛은 치킨 맛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라면회사 닛신도가 치킨라면을 출시한 후 이런 경향은 강해졌다. 네덜란드의 식품 트렌드 조사업체인 ‘이노바데이터베이스’가 4월 발표한 ‘전 세계 면제조업체 신제품 맛트렌드’에 따르면 치킨 맛 신제품은 쇠고기 맛 신제품보다 많았다.

반면 국내산 라면의 대부분은 쇠고기 맛이다. 탕(湯)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쇠고기 육수는 음식문화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고추의 매운맛도 한국인이 선호하는 맛이다. 외국음식의 매운맛이 톡톡 쏘는 맛이라면 한국의 매운맛은 고추장을 기반으로 한 묵직한 맛이다. 1986년 신라면이 개발될 당시에는 매운맛을 내세운 라면이 없었다. 농심은 쇠고기장국을 기본으로 한 국물과 다진 양념을 주재료로 한 신라면을 출시했고 출시와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신라면 3총사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쇠고기 맛과 고추의 매운맛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신라면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2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최근 3년간 매출이 25% 늘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등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스위스의 해발 4000m가 넘는 산 위나 이슬람 국가에서도 신라면을 맛볼 수 있다.

○ 부드러운 매운맛 신라면블랙

지난해 4월 농심은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 맛의 특징은 우골 베이스에서 나오는 깊은 맛. 신라면이 쇠고기장국의 얼큰한 매운맛이라면 신라면블랙은 깊고 진한 우골분말이 신라면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다.

신라면블랙은 국내에서 지난해 8월 판매 중단됐다. 하지만 신라면블랙의 특별한 맛은 교민들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라면블랙이 해외 30여 개국에서 올린 판매 실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약 2600만 달러에 이른다.

치즈와 우유 등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미국 백인들의 입맛에 신라면블랙의 부드러운 매운맛이 적중한 것이다.

신라면블랙은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인기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신라면블랙 고객 평가에는 ‘맛볼 만한 가치가 있다(Definitely worth a try)’ ‘뛰어난 맛(outstanding flavor)’, ‘지금까지 맛본 중 최고(Best I＇ve tasted)’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미국 라면 전문 블로거 한스 리네시 씨가 뽑은 ‘세계 최고의 라면’ 중 7위에 오른 바 있다. 그는 600여 종의 라면을 시식한 후 ‘세계 최고의 라면 Top10(The Ramen Rater Top Ten Instant Noodles In The World)’이라는 글을 작성했고 신라면블랙에 대해 ‘모든 것이 완벽한 라면’이라고 호평했다. 신라면블랙의 우골 수프와 큼직한 야채, 쇠고기 건더기를 맛의 비결로 분석했다. 해외에 사는 친인척과 외국 여행을 통해 신라면블랙을 맛본 국내 소비자들은 농심 측에 국내 재판매를 요구하고 있다.

○ 신라면블랙 풍미 잇는 신라면블랙컵

농심은 5월 여수세계박람회를 기념해 ‘블랙신컵’을 선보였다. ‘세계가 좋아하는 한국의 맛’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으며 기존 컵라면보다 중량이 커져 간식보다 한 끼 식사용으로 적당하다. 또 국물 맛은 가마솥 원리를 이용해 고기와 야채를 고아 만들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심은 최근 블랙신컵이라는 이름을 ‘신라면블랙컵’으로 바꿔 국내외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신라면블랙컵에는 우골설렁탕 맛에 양념 분말, 홍고추 등을 첨가했다. 구수한 깊은 맛과 얼큰하게 매운 뒷맛까지 살린 게 큰 특징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